농심으로 무장한 수도권 대학 연합동아리

▲ 청년 텃밭 동아리 '인텔리겐치아'

조용하고 삭막한 스터디 그룹과 달리 만남 자체만으로 기분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동아리가 있다.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20대 청춘들과 달리 자연광을 맛보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도시농업 연합동아리 ‘인텔리겐치아’를 만나봤다.

농사에 관심 많아…귀농할 생각 있어
샐러드파스타‧상추가루 등 가공식품 판매
“스펙 아닌 창조적 가치 찾고파”

‘인텔리겐치아’는 러시아어로 지적 노동에 종사하는 사회계층을 의미한다. 왜 하필 ‘인텔리겐치아’였을까. 이에 대해 이상욱 회장은 “획일화된 대학 동아리 활동이 아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진취적인 일을 하자는 의미에서 ‘인텔리겐치아’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2년 3월에 첫 걸음을 뗐어요. 저는 이제 2년 정도 활동을 했지만 벌써부터 많은 걸 배우고 느끼고 있어요.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도 동아리에 참여 가능해 그 분들한테 배우는 것도 많죠. 하지만 주말 활동이 대부분이라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게 안타까워요”

현재 종로 무악텃밭과 용산 노들섬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지만 분양 받을 때마다 달라지는 텃밭 위치 때문에 새로운 종자를 심고 다듬어줘야 해 많은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인텔리겐치아에게 어려움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농사는 다 같이 짓고 자신이 농사에 대해 아는 바가 많으면 작물팀에 속해 '작물이 어떻게 하면 잘 자랄까' 연구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아무리 작물에 대해 안다고 해도 한계가 있죠. 종로구청 녹지과서 진행하는 농사교육을 듣지만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부딪칠 때가 많아요”

몸이 고된 농사일과 고문 받을 사람이 없어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직접 손으로 잡았다고 할 만큼 장애물도 많았지만 인텔리겐치아가 농사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직접 현장에 찾아가 봉사를 진행하는 것도 뜻 깊지만 농사 동아리를 통해 땅에서 무언가를 일구고 스스로 만들었다는 기쁨을 누리고 싶었어요. 좋은 물건을 사서 기부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직접 땀 흘려 만든 가치가 더 크게 다가온 것 같아요”

농사를 짓는 만큼 농사에 대한 꿈을 가진 회원도 여럿 존재했다. 특히 23살의 여성회원은 졸업 후 협동조합에 가입해 6차산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텔리겐치아를 통해 농사를 배우고 있었다.

“단순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와야지’라는 마음으로 동아리에 든 친구들은 없어요.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친구들도 있고, 6차산업의 꿈을 이루기 전 농업을 배우기 위해 온 친구도 있죠. 장기적으로 보면 ‘나도 밭을 만들어서 귀농해야겠다’라는 회원들이 무척 많아요. 그래서 허투루 농사를 하는 법이 없죠”

수확한 작물은 주변 어려운 가구에 기부를 하지만 싱싱함이 생명인 작물이기에 시간이 맞질 않으면 가공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이 회장은 말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유기농 도시농부 장터가 열려요. 저희가 주로 나가는 건 마르쉐 장터예요. 마르쉐 장터를 통해 저희가 직접 재배한 상추나 민트, 허브, 가지 등을 갖고 샐러드 파스타나 치아에 좋은 상추가루를 가공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판매 기금 또한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해요”

이렇듯 매주 주말에 일정 모임을 갖고 목요일마다 작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인텔리겐치아’이기에 농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이 지원하지만 이 회장은 그들 모두와 함께할 수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원하는 사람은 무척 많아요. 하지만 저희가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동아리가 아니라 적어도 1년은 함께 해야하는 동아리이기에 단순히 신기하고 궁금해서 오는 지원자들은 뽑지 않고 있어요. 책임감을 갖고 1년 동안 작물을 돌봐줄 분들이 필요하거든요”

끝으로 이상욱 회장은 농사를 어려워하고 농사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20대 청춘들이 서서히 마음을 돌리길 바란다며 씨앗을 심어 배란다 텃밭을 만들어보라고 추천했다.

“농사는 어려운 게 아니라 말하고 싶어요. 땡볕에서 밭을 가꾸는 건 물론 몸적으로 힘들지만 그게 어렵다면 집에 상추 씨앗 하나를 심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렇게 작은 걸로 시작해서 관심을 가진다면 농사에 대한 편견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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