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67)

▲ 고두병에 걸린 사과로 과실 표면에 검은 반점이 생긴다.

우리나라 사과 감홍은 후지(부사)도 따라오지 못할 세계 최고의 단맛과 아삭아삭하는 식감을 자랑한다.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먹어본 사람이라면 다시 찾지 않을 수 없다. 허나 장미의 가시처럼 고두병에 잘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사과 표면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고두병의 주원인은 과실에 칼슘(Ca)부족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지만 토양에 Ca이 매우 높고 사과 잎에 충분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도 고두병이 골치이다. 김천의 한 농가는 토양산도가 7.8로 알칼리성이며 흙의 Ca도 충분한 6.0을 넘어 8.1이나 된다. 하지만 어떤 해는 반이, 지난해에는 38%나 고두병에 걸렸다. 그런 것을 보면 과실의 Ca 결핍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그 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여러 가지 조사를 해 본 결과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①낮은 pH 또는 높은 마그네슘 함량 ②K(칼륨) 또는 N(질소)의 과비 ③균일하지 않은 물주기 ④수확 후 냉장 지연 ⑤특별히 예민한 품종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위의 원인에 대해 나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면 이렇다.

먼저 토양에 Ca이 적으면 자연히 pH가 낮다. 그러니까 Ca의 흡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한편 K과 Mg을 많이 주면 길항작용으로 Ca흡수를 방해한다. 특히 흙에 Ca보다 Mg가 많으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질소를 많이 주면 가지가 웃자란다. 웃자라는 가지(도장지)는 우선적으로 양분을 당겨쓴다. 특히 질소를 주면 과실 속의 당분까지 끌고 나가 도장지를 만든다. 당도가 떨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실로 가야할 Ca이 도장지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두병 제로로 그림 같이 감홍 농사를 잘 짓는 문경 노진수 씨는 거의 질소를 주지 않는다. 노 씨는 이게 고두병 제로 대책이라고 한다. 전해의 저장양분으로 자라는 햇가지가 자람이 주춤해질 때까지 비료를 주지 않는다. 더구나 감홍의 경우, 후지보다 한 달 빨리 수확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양분저장을 많이 했을 것임으로 더욱 질소비료는 독일 수 있다는 것이 노 씨의 지론이다.

캘리포니아대학에서도 과도하게 일어나는 영양생장, 특히 질소의 지나친 시비는 자람을 부추겨 고두병을 불러온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덧붙여 적과를 강하게 해주어도 생기는데, 과일이 크면 클수록 고두병 발생이 많다고 했다. 문경 노 씨도 같은 생각으로 감홍 과수원을 관리하고 있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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