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 서은정 연구사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기의 대결이 있었다. 인류대표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었는데, 바둑에 무지한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충격과 이슈를 불러온 사건이었다. 어떤 이들은 알파고로 대표되는 미래의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고 또 다른 이들은 그래도 인간의 고유한 영역은 기계에 의해 극복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작년부터 생명공학 연구 분야에서 알파고 만큼 화제가 되는 이슈가 있었는데, 바로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이다. 최근에 신문의 과학 칼럼에도 자주 언급이 되는 이 기술을 쉽게 설명하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가 있는 DNA를 잘라내는 효소로 원하거나 불필요한 부위의 DNA를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 이전에도 특정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기 위한 여러 가지 생명공학 기술이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기술을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원치 않는 유전자 효과도 있어서 아직도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유전자 가위 기술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의학, 동물실험 및 농업까지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한 예로 영국 로스린 연구소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바이러스성 질환에 강한 돼지를 만들었고, 호주 연방과학원 연구진은 달걀 알레르기를 해결하기 위해 닭의 원시생식세포를 수정하여 알레르기를 없앤 달걀을 개발하고자 연구 중이다. 2006년에 유럽연합은 유전자 가위 염소를 이용하여 생산한 항응고 단백질이 포함된 우유생산을 허가 했고,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이를 승인하면서 유전자 가위 기술은 점차 확대되어 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유전자 가위 기술의 적용은 농업생명공학에서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유전자변형 작물을 생산하는 방법에 대한 대체 기술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자연적으로 원래부터 있었던 유전자의 복원과정을 이용하는 것으로 외부 DNA를 인위적으로 삽입하지 않으면서 식물의 특성을 변형시킬 수 있다. 따라서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목적하는 형질을 지닌 작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실험적인 기술들이 필요하다.

또한 작물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유전자 기능 연구가 필수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상추, 벼, 담배, 애기장대의 세포 원형질체에 표적으로 삼은 유전자 기능을 없애는 실험에서 약 46%의 가능성을 보였다고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식물에서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불량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작물개발등에도 유전자 가위기술을 응용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아직 개발되어야할 요인이 있는 기술이긴 하지만 앞으로 유전자가위 기술이 보다 안전한 분야로 인식되고 더불어 생명공학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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