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발효식품 신기술, 현장에서 꽃피운다

② 메밀 속성장 제조 ‘용인솥짓말영농조합’

전통장에 비해 덜 짜고 건강기능성도 높아
DIY 제품으로 소비자도 가정서 제조 가능
농진청서 기술이전 받아 6차산업화로 발전

조선시대 농서이자 가정생활백서인 산림경제에 ‘생황장’으로 소개된 메밀 별미장. 구전이나 문헌으로 전해지는 100여 가지 전통장의 하나인 메밀 별미장이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 식탁에 다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발효식품과 발효이용연구실 최혜선 연구사의 고증을 통해 몇 줄 안 되는 ‘생황장’이 웰빙 트렌드에 편승, ‘메밀 별미장’이란 이름으로 소비자들에게 서서히 각인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농진청으로부터 ‘메밀 속성장 제조기술’을 이전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용인솥짓말영농조합’(대표 조옥화)을 특허기술 개발자 최혜선 연구사와 함께 찾았다.

▲ 찰떡궁합인 조옥화 대표(사진 오른쪽)와 최혜선 연구사.

전통장류의 위기, 구원투수는…
경기도 용인에서 농사를 짓던 조옥화 대표는 시어머니로부터 된장 만드는 솜씨를 전수받았다. 이 된장을 지인들과 나누다가 ‘맛이 좋으니 장을 만들어 팔아보라’는 주변의 권유와 농촌진흥청의 농촌여성일감갖기사업 선정으로 본격적인 장류사업에 뛰어들었다.
조옥화 대표의 손맛은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봤다. 그녀의 장류제품은 농산물전문쇼핑몰 ‘우먼팜’의 인기품목이 됐고, 신도시 직거래장터 등에서도 젊은 주부들에게 맛있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조 대표는 장류의 원료인 콩을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하는 등 농가의 소득증대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

순조로운 장류사업이었지만 늘 가슴 한켠에 불안감도 있었던 조 대표.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대기업 장류제품 때문이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농가형 전통장류를 생산하는 사업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특히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덜 짠 음식을 선호하면서 점점 전통장의 설자리가 위협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럴 즈음, 조 대표에게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발효식품과와의 인연이다.

▲ 메밀 속성장 완제품

저염 속성장으로 소비자 사로잡아
“2009년 농진청 발효식품과에서 현장연구를 제안해왔어요. 1년여 현장연구를 진행하면서 더욱 체계적인 장류 제조 원리를 알 수 있었던 계기가 됐죠. 현장연구가 마무리 됐을 즈음 최혜선 연구사가 개발한 ‘메밀 속성장 제조방법’ 기술을 이전받았죠.”
메밀 속성장은 말 그대로 제조기간이 짧다. 그래서 오랜 숙성기간을 거치는 전통장류와는 속성으로 제조되고 사계절 내내 제조할 수 있기에 수요량을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존 장류(15%)보다 소금이 덜 들어간 저염(10%)이기 때문에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콩으로만 만든 된장에 비해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유산균도 다양해 건강과 맛을 충족하는 장이다.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장이었지만 직거래장터에서 고객 반응이 좋아 조 대표는 메밀 속성장을 상품화했다.
속성장 특성상 저온저장이 필수적인데, 2013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농촌진흥청 이전기술 제품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메밀 속성장 전용 저온저장시설과 발효시설을 갖추게 됐고, 그로 인해 메밀 속성장 안정생산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주원료인 콩은 지역에서 계약재배로 조달이 가능했지만, 메밀은 강원도 봉평에서 구입해 장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용인시에서 운영하는 용인테마파크 내에 관상용으로 재배된 메밀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밀 속성장은 현재 전체 장류 판매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전도가 밝아 지역의 장류콩 계약재배를 메밀로 전환할 것을 모색하고 있다. 콩보다 수매가가 3~5배 높아 농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메밀 수확 후에는 보리나 김장채소 등을 이어 재배할 수 있어 농가소득도 증대될 것으로 조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 메밀 속성장 DIY 제품

DIY 제품으로 다양한 체험교육
메밀 속성장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것은 프리믹스 제품의 개발이다. 이 기술도 최혜선 연구사의 작품인데, 조옥화 대표는 이 기술도 이전받아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특히 메밀 속성장 DIY세트는 저염이라 유통 시 끓어 넘치는 완성 장류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식품 안전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직접 간편하게 가정에서 제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농장이나 지역 학교에서 그녀가 진행하는 장류체험 교육에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유통의 편리함으로 해외진출에도 유리하다.
조 대표는 최근 지자체 지원으로 메밀 속성장 대량 생산에 필요한 설비와 포장기 등을 들여놓았다. 제품 품질을 더욱 높이고 균일하게 하기 위해 최혜선 연구사가 수시로 내려와 샘플링을 하고 있어 든든하기도 하단다.

“메밀 속성장에 대해 소비자 반응조사를 해보니 시판 된장과 맛이 가장 비슷한 것으로 나왔어요. 전통된장보다 덜 짜고 무엇보다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에 잘 맞는다는 것이죠. 더욱이 DIY 제품은 소비자들이 직접 장을 담가먹을 수 있어 선호도가 높죠. 메밀 속성장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죠.”
조옥화 대표의 열정 덕에 큰 부담없이 현장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최혜선 연구사의 말이다.
쉼 없는 장류사업이 긍정에너지로 작용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조옥화 대표. 그녀의 성공은 속성이 아니라 전통된장처럼 오래 묵어 숙성된 결과다.

▲ 다른 장독과 별도로 관리되는 최혜선 연구사의 실험용 장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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