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특집 소외되는 농촌여성의 삶…함께 나누며 풀어가자

▲ 한국생활개선홍천군연합회원들이 오카리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② 열악한 농촌여성의 문화소외

도시에 비해 턱없이 적은 문화시설
영화 1편 보려면 1시간 넘게 나가야
정부·지자체의 지원과 관심 절실

생활개선회 다채로운 동아리 운영
오카리나부터 락밴드까지

현대 사회에 있어 문화생활은 단순히 즐길 거리에서 당연히 즐겨야하는 사회적 풍토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설정하며 문화생활에 있어 다양한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시대는 문화혜택을 손쉽게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발전했고 이에 발맞춰 문화시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농촌여성에게 있어 문화생활은 먼 나라 얘기다.

정부의 문화융성 기치가 높은 가운데 농촌여성에게 문화생활은 문화시설 기반과 가까이에 위치한 도심지역과 달리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야한다. 이에 정부는 문화생활과 동 떨어진 농촌여성들을 위해 아트홀을 개관하고 농업기술센터에 문화교육을 개설하는 등 문화생활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농어촌희망재단은 매년 하반기 찾아가는 문화예술순회공연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인천 강화도와 충남 논산, 전남 장흥, 경기도 평택에서 농어촌 어버이 합창단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촌에 문화생활 기반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문화생활, 내꺼인 듯 내꺼 아닌…
한국생활개선영덕군연합회 신현숙 회장은 “영화 같은 문화 활동을 즐기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일이 바쁜 것도 있지만, 거리의 제약 탓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 문화혜택에서 소외받고 있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경북 영덕군은 주변에 마땅한 문화시설이 없어 영화를 보기위해 포항까지 가야한다. 영덕에서 포항까지는 약 50km로 자동차로 1시간 10분이 넘게 걸리며, 고속버스 이용 시 왕복 1만2천 원의 교통비가 든다. 주말 영화 티켓이 성인 1만 원인 것에 비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다. 때문에 농촌여성들의 문화시설 이용률은 도시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또한 영덕 농촌여성들은 예주문화예술회관을 통해 문화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그나마도 1년에 20번에 불과하다. 지난 4월 서울문화재단이 발표한 ‘2015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민의 문화생활 횟수는 전년 대비 11.8%가 감소했음에도 31.1회 기록했던 것으로 보아 영덕 농촌여성들의 문화생활 기회는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농촌여성, 문화생활 넘어 사회참여까지
하지만 영덕군생활개선회는 즐기기 어려운 문화생활을 영위해 나가기위해 바쁜 낮을 피해 매주 화, 목요일 저녁 시간을 이용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신현숙 회장은 “영덕군생활개선회 회원들은 난타와 풍물, 라인댄스를 함께 배우고 있다. 그 중 난타의 비율이 가장 높아 많은 회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영덕군생활개선회는 난타로 포항MBC 삼일문화재단 ‘삼일문화대상’에 참가해 상금 200만 원을 탄 경험이 있으며, 이를 영덕군교육발전을 위해 장학기금으로 쾌척한 적도 있다.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연천군도 마찬가지다. 한국생활개선연천군연합회(회장 이동연)는 “5년 전만해도 영화나 다른 문화혜택을 누리기 위해 자동차로 1시간 20분을 달려 의정부까지 나갔다”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5년 전 연천군 연천읍 옥산리에 연천수레울아트홀이 생기면서 ‘베스트 가요쇼’ ‘컬투쇼’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접할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또한 연천군생활개선회는 7년 전부터 정회원 17명과 함께 락밴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진행되며,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원 등이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 농촌여성들의 문화생활이 단순한 여가활동을 넘어 사회참여로 확대된 것이다.

한국생활개선영광군연합회(회장 최은숙)는 매주 1~2회 문화 활동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회원들은 바쁜 일과를 마치고 난타와 농악, 라인댄스, 한지공예, 사물놀이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다.
특히 가장 인기가 많은 난타는 회원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끌어내고 있다. 영광군 역시 도시지역에 비해 영화나 뮤지컬, 연극, 합창단 등의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영광군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에서 무료 영화를 상영하고 있어 다른 농촌지역 여성들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문화생활에 투자하고 있다.

▲ 한국생활개선연천군연합회 회원들로 구성된 ‘樂밴드’의 공연모습.

농촌여성, 스트레스 풀 문화생활 필요
이렇듯 많은 생활개선연합회가 문화혜택에서 소외된 농촌여성들과 함께 현실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생활개선홍천군연합회(회장 최은수)의 오카리나 동아리 활동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지난 4월26일 홍천군농업기술센터 강의실에서 진행된 '홍카리나 연주' 교육에서 홍천군생활개선회 회원 20여 명은 강성현 강사로부터 음계 배우기, 동요 연주하기, 가요 연주하기 등의 교육을 전수받으며 적극적인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에 참여한 송영미 홍천읍생활개선회장은 “홍천이 땅은 크지만 인구가 적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없다. 2년 전 홍천에 작은 영화관이 생겨 이제는 영화를 보러 춘천시내까지 나갈 필요는 없어졌지만 50석 밖에 안 되는 좌석 때문에 인기 있는 영화는 금방 매진돼 편안한 문화생활을 즐기긴 어렵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사실 ‘홍카리나’ 동아리가 생기기 전엔 음식에 관련된 수업들만 진행됐다. 전부 일의 연장선처럼 느껴져 즐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윤용권(홍천군농업기술센터) 소장님이 오고 나서 ‘농촌여성들도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문화생활을 즐겨야한다’며 오카리나 수업 같은 음악 수업을 다양하게 개설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 송 회장은 “동아리 활동을 하시는 회원들의 만족도가 정말 높다. 농사일 때문에 바쁜데 불구하고 매주 교육에 참여한다. 교육 장소까지 30분이 넘게 걸리는데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오카리나 수업에 애정을 느끼고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통해 푸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카리나 수업을 통해 군 행사나 읍면행사 무대에 오른다. 특히 농업기술센터 주변에 위치한 안나요양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식 꾸준히 공연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정부 도움 없인 가족 해체 야기
2016년, 인터넷에 정보가 범람하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도시와 농촌은 아직까지도 문화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여가생활과 문화생활에 대한 공급이 열악한 만큼 농촌여성들은 극도로 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은 농촌여성에게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성격이 강한 농촌사회에서 가족에게 전이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과 가사일에 시달리는 농촌여성이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풀지 못하면 가정 내 깊은 갈등을 초래해 정신적 건강을 넘어 한 가족 구성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농촌 가족의 해체는 도시의 핵가족 해체와 달리 볼 수 있다. 다행히 올해 4월 농협중앙회와 문화융성위원회가 농촌지역 문화융성과 ‘문화가 있는 날’ 확산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협의하며 “농촌마을을 세련된 문화콘텐츠 공간으로 만들고 문화예술을 통해 농촌 삶의 질을 끌어올려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을로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농촌여성들이 도시인과 형평성 있는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

결국 농촌여성들의 문화소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농촌여성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필요하겠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문화교육연구와 홍보 등 다양한 활동계획을 수립해 다채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농촌여성 문화융성의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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