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64)

하루 한 끼만 먹는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것도 한 알만 털어 넣으면 하루가 해결되는 알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끼니때마다 걱정하는 엄마들에게 정말 인기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집밥’이 없다면 가족도 없어지고, 엄마도 없어지지는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
비료를 한 번만 주면 얼마나 편리할까, 농부들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작물이 배가 고픈지 아닌지를 살펴보고, 주면서 작물과 대화를 나누는 재미는 어디서 찾을까. 좋거나 싫거나 한 작기에 비료를 밑거름(기비)과 웃거름(덧거름, 추비) 적어도 2번은 줘야 한다.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기 전에 흙속에 주는 거름이 밑거름이고, 작물이 자라는 동안에 추가로 더 주는 거름이 웃거름이다. 밑거름, 이것은 꼭 줘야 한다. 모든 작물이 그렇지만 특히 과수 같은 경우, 묘목장수가 줘서 안 된다고 당부해도 안 주고 심으면 두고두고 후회한다(본지 2015년 3월10일자, ‘비료주고 심으면 과수는 죽는다?’ 참조). 단기간에 수확이 끝나는 채소는 밑거름 한 번으로도 된다. 그러나 몇 달 걸리는 작물은 웃거름을 2~3번에 나눠줘야 한다.

한꺼번에 비료를 다 줘 뿌리에 닿으면 독해서 비실비실하거나, 심한 경우 잎이 탄다. 또 다른 문제는 비료의 손실이 많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비료의 성분에 따라 손실량이 다르다. 물에 잘 녹는 질소는 1년에 158㎝, 칼륨은 134㎝나 도망가기 때문에 한 번에 다 줘버리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때문에 질소와 칼륨은 밑거름은 물론, 반드시 웃거름으로 한두 번은 더 줘야 농사가 제대로 산다. 그래서 비료에 황이나 요소를 입혀 서서히 녹아나와 한 작기에 한 번만 줘도 되는 완효(서방)성비료가 시판되고 있다.

허나 인산비료는 이동성이 아주 나빠 겨우 4㎝만 움직인다. 그래서 인산을 웃거름으로 주면 뿌리의 흡수가 어렵다. 때문에 인산은 언제나 전량 밑거름으로 줘야 한다.
인산비료의 또 다른 큰 문제는 흙에 엄청나게 많은 알루미늄이나 철과 결합해서 고정돼 쓸모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산을 포함해 질소와 칼리비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밭 전체에 뿌리지 말고, 뿌리가 닿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골시비를 하는 것이다. 전체에 뿌려주면 양분이 희석되고 뿌리가 닿지 않는 곳에 떨어진 부분이 많은 비료는 먹지 못한다. 더구나 인산은 고정이 많이 일어나 실제로 작물에 이용되는 양은 20%이하로 떨어진다. 따라서 화학비료를 밑거름으로 줄 때는 유기물과 함께 골시비로 주는 것이 가장 좋다. 유기물의 저장능력은 우리나라 흙의 25배나 커서 유기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손실량은 적고 저장량은 커서 수량도 많아진다. 특히 모래흙에서는 유기물과 함께 주면 효과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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