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마여행 - 봄길 따라 남도 섬여행 ‘보길도’

▲ 윤선도가 자연을 시로 노래했던 세연정 전경.

고산 윤선도가 작품활동하며 여생 보낸 곳
세연정·몽돌해변 등 절경에 탄성이 절로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카페리를 타고 40여 분 가면 노화도와 보길도를 연결하는 산양진항에 도착한다. 이조 중엽 강직한 선비였던 윤선도는 숱한 상소로 16년간 이곳 보길도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병자호란 때 왕이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울분을 참지 못해 오욕의 속세를 등지고 은둔을 위해 제주로 가던 중 보길도의 아름다움에 반해 정착하면서 어부사시사, 오우가 등 유명한 작품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던 곳이다.

400년 전 고산 윤선도의 한줄기 맑은 인연이 현세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곳까지 오게 만드나보다. 보길도를 향하던 윤선도는 섬의 아름다운에 취해 이곳에 발을 멈추고 격자봉에 올라 참으로 물외가경(物外佳境)이라 감탄하며 ‘하늘이 나를 기다린 것이니 이곳에 머무는 것이 족하다’고 했다.
보길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정원이다. 겨울에도 동백꽃이 피고, 고즈넉한 몽돌해변과 금빛 모래밭, 쪽빛바다, 기암괴석, 신비로운 해안절경…. 이 모두 것들이 어부사시사의 시상을 떠오르게 하는 자연 그 자체다.

앞강에 안개 걷고 뒷산에 배 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밀려가고 밀물은 밀려온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강촌에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어부사시사 춘사 중)

자연 속 비밀정원 ‘세연정’
윤선도와 보길도를 말하려면 세연정(洗然亭)을 빼놓을 수가 없다. 세연정은 자연 속에 만들어진 비밀정원 같다. 세연(洗然)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다는 의미로, 연못과 바위 하나하나에도 이름을 붙여 자연과 대화하고 사랑을 나누었음을 짐작케 한다.
세연정은 자연의 질서와 조화에 순응하면서 가장 독창적인 조경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냇물이 세연정 연못으로 흘러들어 물을 가두고 세연정 주변의 소나무와 동백 숲이 조화를 이루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을 땔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돋보인다.
세연정을 중심으로 고산이 보길도에 정착해서 34년간 생활하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살던 집이 바로 낙서제(樂書祭)다. 최근에 복원된 낙서제는 ‘책을 읽기 좋은 곳’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낙서제에 올라 건너편 바위산을 바라보면 바로 동천석실(洞天石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천석실은 절벽 위에 세운 한 칸짜리 정자로, 고산이 독서를 즐기며 시상을 떠올리던 곳이다. 동천은 신선처럼 소요하는 은자(隱者)의 처소라는 의미다.  

▲ 고산이 보길도에 살다 일생을 마감한 낙서제

섬 곳곳이 절경 품은 보물
고산의 삶의 흔적을 뒤로한 채 보길도의 숨은 보물을 찾아 떠나본다. 보길도 트래킹 코스는 격자봉(433m)을 오르는 3시간30분 코스가 있다. 예송리 갯돌해변도 걸어볼 만하다.
차를 몰고 해변도로를 따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해안의 쪽빛 바다 일몰이 장관이다.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보죽산 몽돌해변의 자연경관도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보길도를 꼼꼼히 돌아보기엔 하루가 짧다. 1박2일 여정이면 해변을 낀 탐방로를 둘러볼 수 있다.
보길도 여행에서 꽃잎이 떨어져 땅을 더욱 불게 물들게 하는 동백꽃의 ‘애타는 사랑’과 고산의 자연사랑, 한국인의 선비정신을 가슴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

▲ 보길도 관광안내도

▲보길도 가는 길
- 해남 땅끝마을에서 노화도-보길도를 연결하는 산양항을 오가는 카페리 이용
- 차량으로 노화도에서 보길도를 연결하는 연육교를 이용하면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 땅끝마을에 산양항까지 40분 거리, 개인 편도 6,500원, 차량 승선료 18,000원
- 보길도와 청산도를 함께 1박2일 다녀올 경우 보길도 청별항에서 완도로 돌아가 1박 후 청산도를 다녀올 수 있다.

▲숙박·먹을거리는?
- 모델, 펜션, 민박 등이 있으나 청산도까지 돌아보려면 보길도 청별항에서 완도행 카페리를 타고 완도에서 1박하는 것이 좋다.
- 노화도와 보길도는 전복의 고장으로 다양한 해조류와 전복요리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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