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난요리 이색 식당 - 빠삐용의 키친

▲ 밀웜(갈색거러지애벌레)으로 만든 라이스크로켓과 풍기크림파스타.

주재료는 애벌레…곤충으로 코스요리 개발
부모와 온 어린이 많아…혐오감보다 ‘호기심’

쿠키부터 파스타까지 곤충의‘무한변신’

▲ 빠삐용의 키친 박주헌 셰프가 손님을 위한 요리를 만들고 있다.

어릴 적 논에서 메뚜기를 잡아 구워먹었던 사연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억일 것이다. 과거에 간단히 볶거나 삶아 먹었던 곤충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음식으로 재탄생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동호로에 문을 연 ‘빠삐용의 키친’ 박주헌 셰프를 만나봤다.
‘빠삐용의 키친’은 2014년 7월 농촌진흥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 원료로 승인한 밀웜(갈색거저리애벌레·별칭 ‘고소애’)을 주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직접 방문한 식당은 곤충식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빠삐용의 키친’으로 이름을 짓게 된 이유는 영화 ‘빠삐용’을 보시면 아실 수 있어요. 미디어 사상 처음으로 바퀴벌레를 먹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리고 빠삐용이 프랑스어로 호랑나비를 뜻해요. 호랑나비처럼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이 되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빠삐용으로 짓게 됐어요”
원테이블 예약제로 매일 오전, 오후 두 팀의 식사 예약을 받는 ‘빠삐용의 키친’은 이미 5월 중순까지 예약이 꽉 찼을 정도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예약손님들 대부분이 어린이라는게 공통점이다.

지난 9일 '빠삐용의 키친'에는 초등학생 손님들이 방문했다. 식당에 오기 전, 곤충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것에 선입견도 있었다는 그들의 눈빛에선 혐오감보다 호기심이 더 크게 느껴졌다.
메뚜기에서 단백질을 추출해내 생긴 액체와 강황을 이중 코팅한 쌀로 만든 라이스크로켓을 맛본 권동욱 군(초5)은 “곤충이 주재료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일반 크로켓과 맛이 비슷해요”라며 라이스크로켓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함께 맛을 본 정윤선 양(초5)도 “메뚜기로 만든 밥이라 신기하고, 강황 때문에 카레 맛도 함께 느껴져 신기해요”라고 답했다.

라이스크로켓 외에도 밀웜 분말과 밀가루를 8대 2로 섞은 면발로 만든 씨푸드토마토파스타, 풍기크림파스타, 엔초비오일파스타를 맛본 윤동련 군(초5)은 “일반 음식들과 맛은 똑같지만 곤충으로 음식을 만들었다니깐 색다른 느낌이 들어요”라며 맛을 평가했다.
직접 농가에서 가져오는 곤충은 일반 음식들에 비해 1.5~2배 정도의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누에가루는 10g에 단백질 6g이 있을 정도로 많으며 흡수율 또한 좋다. 이처럼 ‘빠삐용의 키친’이 곤충들의 좋은 부분을 끄집어내 음식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용 곤충으로 식량위기를 극복해보자는 의미에서 ‘빠삐용의 키친’을 만들게 됐어요. 단순히 레시피를 보여주는 것보다 직접 요리를 선보여 고객과 소통하고, 레스토랑처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해 곤충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관심을 끌고 싶었어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2009)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97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식용 곤충은 이러한 식량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먼저 가축 사육량에 비해 물 소비량과 사료 공급량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일반 육류에 비해 단백질뿐만 아니라 지방, 식이섬유, 오메가3까지 풍부하다.

마지막으로 박주헌 셰프는 “매일같이 연구실에서 요리를 개발해 이젠 곤충들로 모든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음식들을 상업화시키기엔 아직 경제적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아 판매를 못하고 있어요”라고 애로를 토했다.
그는 또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2차 곤충산업육성을 계기로 식용 곤충으로 만든 음식들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야죠”라며 식용 곤충 전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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