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만난 사람 - 강원도 농촌 수림포도교육농장 신성옥 씨

▲ 수림포도교육농장의 신성옥 씨가 꽃을 피운 알프스오토메 사이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분홍색 빛깔을 뽐내는 오미자청은 식도를 타고 흐를 때 달콤함이 배로 더해진다. 식탁에 올려진 컵은 햇볕이 쨍한 4월의 빛을 받으며 더 영롱한 자태를 뽐낸다. “더우실텐데 한 잔 하세요”라며 꽃과 벌들 사이에서 소녀의 미소를 뽐내고 있는 한국생활개선홍천군연합회 신성옥 회원을 만났다.

교육농장 통해 어린이들에 농심 심어줘
체험을 넘어 체계적 교육활동 진행

홍천군 남면에서 농촌교육농장인 수림포도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성옥 씨는 아직 영글지 않은 포도와 활짝 꽃을 피우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알프스오토메(미니사과) 사이에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포도는 새벽같이 나와 포도가 더 잘 자랄 수 있게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남들보다 일찍 아침을 맞이하는 신성옥 씨는 “새벽에 일어나 포도에 붙은 잎사귀를 떼어준 후 아이들 밥을 차려줘요”라며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잎사귀를 하나씩 떼기 시작했다.

“23살에 결혼을 하고, 시부모님을 도와드리며 농사일을 하게 됐어요. 처음엔 무일푼이라 힘든 것도 많았지만 뿌듯한 것도 이루 말할 수 없었죠. 밭에 감자를 많이 심는 시아버님을 보면서 저는 옥수수를 심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아요”

이어 그는 수줍은 어린 소녀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농업인의 포스를 선보이며 교육농장 탄생 배경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금은 단골이 생길만큼 관내 어린이집이 매년 이곳을 찾아오지만, 처음부터 인기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 수림포도교육농장의 입간판과 교육이 실시되는 체험장소.

“교육농장을 한 지 벌써 5년 차가 됐네요. 처음에 ‘이 넓은 밭에 무엇을 심을까’ 고민하다가 옥수수를 심게 됐어요. 그런데 마땅히 팔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길거리에서 옥수수를 파시는 분에게 직접 찾아가 거래를 한 적도 있어요. 그렇게 힘들게 장사를 해오던 도중 홍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옥수수를 공동 출하한다는 소식을 듣고 농업기술센터 선생님을 만나게 된 거죠. 그게 시작이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다양한 교육을 받으면서 농업인대학도 입학했어요. 농촌교육농장에 대한 꿈도 그때 만들어진 거죠. 교육농장을 하기 전에는 소수의 사람들만 불러 체험학습장 정도로만 이용했는데, 농업기술센터에서 1년 동안 컨설팅을 받으면서 교육농장을 준비했어요”

신성옥 씨는 교육농장을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그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천연염색 수업에 3년 동안 출석해 현재 심화과정을 밟고 있다. 아이들에게 단순한 포도따기 체험이 아닌 우리 농산물의 직접적인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라는 그의 모습에서 작지만 강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

“포도염색은 물론이고 자연에서 나는 풀로 아름다운 색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통해 단순히 웃고 즐기는 체험이 아니라 식물이 우리에게 얼마나 이로우며 많은 혜택을 주는 지를 동시에 알려주고 싶어요”

▲ 수림포도 교육농장에서 아이들이 포도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도 농업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된 것 같아요. 매년 교육농장으로 현장학습을 오는 아이들은 포도가 얼마만큼 자랐고, 사과밭이 어디 있고, 교육장의 위치가 바뀌고, 그런 것들에 대해 물어보더라고요. 저도 몰랐던 사실인데 말이죠. 그런 못브을 볼 때마다 '아 이 아이들이 농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편으로 뿌뜻한 마음이 들어요"

포도 따기를 시작으로 포도떡 만들기, 두부 만들기, 백김치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는 신성옥 씨는 계속해서 “체험이 아닌 교육을 하고 싶어요”라며 “아이들이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포도떡은 도장처럼 찍을 수 있게 만들어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놀이로 만들었다고.

마지막으로 신성옥 씨는 교육농장을 꿈꾸고 있는 농업인과 포도 농사에 발을 내민 초보 농사꾼들을 향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교육농장을 하면 농사만 짓는 것과 달리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교육농장이 쉬운 건 아니니깐…, 농작물의 병충해는 물론, 언제 가장 맛이 있는 지, 잎사귀는 어떻게 생겼는지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파악하신 후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아직 5년 차밖에 되지 않아 선배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작물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시작한다면 아이들에게 농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심어줄 뿐만 아니라 뿌듯함과 재미도 2배로 얻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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