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62)

정호승의 ‘항아리’라는 글 ‘네가 있어야 내가 있다.’에 나오는 이야기의 일부다.

잣나무 한 그루가 남북으로 가지를 뻗고 살고 있었다. 남쪽 가지는 길게 잘 자라 있었지만, 북쪽가지는 짧아서 새도 앉지 않았다. 남쪽가지는 북쪽가지를 업신여기었다.

북쪽가지는 이런 남쪽가지에게 “넌 잘 모르겠지만 내겐 널 위해 산다는 기쁨도 있어.”라고 말해 주었다. 화가 난 남쪽가지는 긴 팔을 뻗어 북쪽 가지를 마구 때렸다.

태풍이 불자 북쪽가지는 부러져 죽었다. 남쪽으로 쏠려 균형을 잃자 뿌리가 밖으로 내밀었다. 주인은 베어 땔감으로 쓰려고 했다. 그때야 남쪽가지는 “북쪽 가지가 있었다면 이렇게 기울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그걸 몰랐구나. 나를 위해 산다는 북쪽 가지의 말이 맞는 말이었구나.”

농사에도 네가 있고 내가 있는 ‘균형’이 꼭 필요하다. 특히 흙의 삼상(三相)이 그렇다. 그럼 삼상은 뭘까? 고상(고체), 액상(액체), 기상(기체)을 말한다. 그러니까 흙알갱(+유기물)-수분-공기를 말한다. 농사를 그림같이 잘 지으려면 이 세 가지, 특히 기상과 액상의 균형이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기상과 액상은 공간을 놓고 서로 싸우기 때문이다.

원래 흙의 조상은 용암이다. 용암이 식어서 바위가 되고, 바위가→자갈→ 모래를 거쳐 흙이 된다. 이 과정을 유식하게 과학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풍화(風化)’라 한다.

‘풍화’를 사전은 ‘지표를 구성하는 바위, 돌 따위가 햇빛, 공기, 물 등의 작용으로 점차 파괴되고 부서지는 현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한자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이의를 달 수 있다. “어떤 것이 바람으로 변한다. 라는 뜻인데... 잘못 쓴 것 같은데....”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한 주먹만 한 자갈이 풍화되면 흙 두 주먹이 생긴다. 흙 알갱이 사이사이에 한 주먹 정도의 공극, 즉 바람이 들어간 공간이 생긴다. 풍화과정에서 흙이 엉성해지는 것이다. 이 공간 속에 물, 공기, 그리고 ‘XX’가 들어간다.

대부분의 농부는 이 공간을 무시하고 “비료가 어떠니...” 하고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농사에 죽을 쑤곤 한다. 진짜 지혜로운 농부는 이 한 주먹의 공간에 더 큰 관심을 쏟는다. 왜냐하면 이 공간에 ‘XX’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한 주먹의 반을 차지하는 공간에는 공기가, 나머지 반에는 물이 들어가야 작물이 잘 큰다. 균형이 맞아야 된다. 그럼 ‘XX’는 뭘까? 뿌리다. 농사를 짓다보면 땅을 밟지 않을 수 없고, 자꾸 밟다보면 공간은 점차 줄어든다. 그래서 공기가 잘 드나들지 못하고, 물도 잘 저장되지 못한다. 흙이 점점 딱딱해지니 뿌리 뻗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열매로 가는 양분이 줄어든다. 그래서 두둑을 손끝으로 찔러봤을 때 잘 들어가는 흙에서는 풍부한 물과 신선한 공기가 뿌리를 반겨줘 수량을 더 많이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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