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한국식품산업협회 전무이사

▲ 고학수 한국식품산업협회 전무이사

"할랄식품 수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정부는 먼저 종교계와의
갈등을 극복해  
할랄식품 수출 지원 사업들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

최근 할랄(Halal)식품이 웰빙식품,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으로 인식되면서 할랄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할랄식품 시장은 시장규모가 1조2,920억 달러로 세계 식품시장의 17.7%를 점유하는 가장 규모가 큰 거대 식품시장이다.
또한 선진국은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이나, 현재 17억명에 달하는 무슬림 인구는 빠르게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2019년 할랄식품 시장규모는 2조5,37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할랄식품 시장이 유망 수출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할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강구되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무슬림과 할랄음식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슬람 율법에 의하면 할랄음식에 돼지고기, 동물의 피, 알코올성분 등이 들어가서는 안되며 할랄식 도축법으로 도축한 고기만 먹을 수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할랄식품 수입국들은 수출국에 할랄인증 등 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어 할랄식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장 보다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중동 순방시 한-UAE 할랄식품협력 MOU 체결이후 할랄식품 수출을 적극 추진한 결과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할랄식품 수출대책을 수립하여 할랄시장 정보제공, 인증지원, R&D지원, 현지 홍보마케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식품업계에서도 할랄시장 현지 여건에 맞는 상품개발, 공격적 마케팅으로 할랄시장 진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정부와 식품업계의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전반적인 수출침체 속에서도 걸프만협력기구(GCC) 국가대상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8.5% 증가한 3억7900만 달러를 수출하였다.

이같은 시점에 국내산 농식품이 할랄식품 시장에 본격 진출해야 할 현 시점에서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게 되었다. 일부 종교단체에서 이슬람 급진세력의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할랄식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 부닺치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에서 의욕적으로 계획하던 할랄식품 수출 촉진을 위한 각종 사업들 중 일부 사업들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종교계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부진, 내수침체, 성장률 둔화로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어 수출 돌파구로 신시장 개척이 절실한 실정이다. 또한 종교문제를 경제문제와 연관지어 수출에 지장을 초래해선 안될 일이다.

할랄식품 시장은 성장 가능성 면에서 무궁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세계 각국이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 시장이다.  네슬레,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할랄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직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K-POP과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많은 식품기업들이 할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종교계에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할랄식품 수출 확대를 통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동참했으면 한다. 정부도 종교계의 우려를 감안해 테러방지대책 등 각종 안전대책을 철저히 계획하고 수립해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불식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할랄식품 수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정부는 먼저 종교계와의 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이미 계획하고 있던 할랄식품 수출 지원 사업들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할랄식품 수출지원 관련 유관 기관·단체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할랄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시스템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