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61)

▲ 콩과 녹비 알팔파를 많이 넣은 화분일수록 배추가 더 많이 컸다. 알팔파는 아직도 썩지 않은 채 흙 표면에 남아 있다.

녹비효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제는 언제부터 효과를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1~2년 뒤에나 본다면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현대인들에게 그리 매력적인 농법은 아니다. 녹비효과는 다방면에서 나타나는데, 어떤 것은 일주일 안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한두 해 뒤에나 나타는 것이 있다.

염류장해의 경우는 다음 작기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염류장해란 염류, 즉 비료를 너무 많이 줘서 흙이 설사를 일으킨 경우다. 흔히들 물을 대서 씻어내는데 졸작 중의 졸작이다. 돈을 빗자루로 쓸어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염류란 칼륨-칼슘-마그네슘-나트륨(K-Ca-Mg-Na)을 말하는데, 이것은 돈을 주고 산 비료다. 또한 물이 밑으로 빠지는 동안 흙덩이(떼알조직)를 깨서 흙을 다진다. 공기와 물이 저장되고 뿌리가 뻗어야 할 공간을 없애 물리성을 악화시킨다.

이와 반대로 녹비는 과잉의 비료기를 빨아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뿌리는 굵어지면서 주변 흙을 밀쳐서 물리적으로 단단히 다진다. 게다가 뿌리가 점액을 내서 화학적으로 흙을 떼알조직으로 만든다.

녹비는 흙에 유기물을 다량으로 공급해준다. 유기물 함량이 0.5~3%까지 증가할수록 흙에 유효수분량(available water capacity, AWC)을 2배 이상 높인다. 유기물이 1~6% 늘어나면 흙의 공간은 비례해서 5~25%나 늘어난다. 말하자면 유기물이 2%에서 3%로 증가하면 흙이 지닐 수 있는 수분은 4%에서 6%로 증가하고, 이와 함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은 5배 이상 늘어난다. 공간은 10%에서 15%나 증가하기 때문에 공기의 유통이 좋아져 뿌리가 잘 뻗는다. 뿌리가 잘 뻗으면 작물이 잘 크고 열매나 과실도 잘 열리고 달다. 그 효과도 다음 작기에 볼 수 있다.

선충억제효과도 바로 그 다음 작기에 나타난다. 특히 참외, 오이, 메론 등의 박과류 작물에서 피해가 큰데, 농약으로는 돈도 많이 들고 완전 방제가 매우 어렵다. 그 때문에 흔히들 담수해서 선충을 잡는다. 물도 많이 들고 공도 엄청 든다.

네마장황이나 수단그라스 같은 녹비를 재배하면 뿌리가 분비하는 아칼로이드 계통의 화학물질이 선충을 죽인다. 베어 투명비닐을 덮으면 열에 약한 선충을 태양열이 죽인다.

신기하게도 비료효과는 당장 나타난다. 지금까지 녹비의 효과는 썩어야 나타난다고 했는데, 흙에 넣으면 화학비료같이 바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녹비 속에 있는 질산태질소(NO3-N)가 물에 바로 녹아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소를 많이 생산하는 콩과 녹비, 겨울용으로는 헤어리베치, 여름용으로는 네마장황을 심는 것이 유리하다. 이것들은 10아르에 약 20㎏의 질소를 흙에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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