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투표하는 적극성이 중요하다
그래야 농촌과 국가가 변하고
농민의 삶이 구체적으로 바뀐다

투표는 가장 적극적으로
민의를 반영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농사는 명년(明年)이나 명년이나 하면서 속아 짓는다.”는 농사속담이 있다. 농업인들은 내년 농사는 좀 더 낫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고 해마다 속아가면서 농사를 짓는다는 뜻이다. 이상기온으로 식목행사도 열흘 앞당겨 진행할 정도로 계절이 빠르다. 어느 일이나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제 때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사는 더더욱 그렇다. 농사는 실기(失機)하면 망친다. 영농기도 빨라졌다. 이제부터 농촌은 한가하지 않다.

찬란한 희망을 품고 올 농사에 푹 빠져야 할 텐데 요즘 농업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소리가 높다. 농업, 농촌, 농업인을 살릴, 손에 잡히는 정책이 없기에 그렇다.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총선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는데 여야 모두 농업인을 위한 뾰족한 공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패싸움에 사상 최악의 공천 분탕질로 그럴 여유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농업을 홀대해서일까. 선거는 정책을 내걸고 국민 선택을 받으려는 절차인데도 그렇다. 농업이슈도 파묻혔다. 그나마 농업을 알고, 농업인을 대변하던 농촌지역구마저 대폭 줄었다. 우려한 대로 여야 지역구 후보자나 비례대표 공천 명단에 농업계 인사도 없다. 농업인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전달되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는 전조(前兆)다.

총선은 며칠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개방으로 벼랑 끝에 놓인 우리농업, 농촌, 농업인을 위해 어떻게 대처해 갈지 공약수를 도출해야 한다. 물론 허황되지 않는 처방전이어야 한다. 여야가 ‘경제가 우선’이라고 저마다 깃발을 내세우고 있다. 경제는 결국 심리다. 농업인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심리가 있어야 생산동력을 얻을 수 있다. 최악을 향해 달리는 지금의 농촌경제에 대해 확실한 정책을 내놓고 투표장으로 오게 만들어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감언이설(甘言利說)의 인기영합을 위한 공약은 더 이상 안 된다.   

농업인들은 유권자로서 눈과 귀를 홀리는 말들을 검증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일회성 공약에 그치지 않도록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이행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기권하지 말고 농업인이 투표에 참여할 때 그 정확한 농심(農心)이 반영되고 농업정책이 바르게 실현된다. 투표하는 적극성이 중요하다. 그래야 농촌지역이, 국가가 변화하고 농업인의 삶이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농업인들은 밭에 거름은 줄 줄 알면서 자기 마음에 거름을 줄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짓는 농사가 아니라 신명이 나서 짓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올해도 물이 흔하고 못한데서 농사의 풍흉이 결정 나는데 저수지마다 넘쳐나지 않아 걱정이다. 옛날에는 물난리가 난다고 해야 풍년이 든다고 했다. 수리시설이 발달되지 못해 천수답이 많았기 때문에 천수답에 모를 심을 정도로 장마가 져야 풍년이 든다는 뜻이다. 요즘은 수리시설도 잘돼 있지만 이상기후로 농사철에 가물어 농업인의 마음을 애태우기도 한다. 이제, 농군에게 흙내가 고소한 때가 왔다. 농업인들이 논밭을 갈며 흙에 대해 친근감을 갖게 된다.

국민들이 많이 찾는 비타민도 농업에서 태어났다. 비타민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12년 폴란드의 생화학자 카시밀 푼크가 쌀겨에서 각기병에 효과가 있는 성분을 분리해 내는데 성공하면서부터다. 아민(amine)이란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하여 비타민(vitamine)이라 이름을 지었다. 아민을 함유하고 있으면서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라는 뜻이다. 농업이 생명산업이라는 소이연이 여기에 있다. 이처럼 농업은 인류의 생명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다. 유권자가 깨어나지 않으면 우리 정치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이젠 부글부글 끓는 농심을 냉정히 가라앉히고 투표로 답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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