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명품 스토리③ - 서일농원

▲ 햇볕 좋은날. 서분례 명인이 장 두껑을 열자 하얀 레이스가 달린 무명천 싸개가 더없이 반짝인다.

우리 농특산물의 명품화는 FTA의 확대로 농산물의 국경이 무너진 환경에 대응해 국내 농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농산물 브랜드화 명품화를 위해서는 농특산물의 생산에서부터 가공 포장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이르는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소비자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활짝 문이 열린 농산물 시장의 세계화에 맞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경기도 명품 농특산물을 소개한다.

국내산 재료만을 엄선해 깔끔하게 만든 청국장
경기사이버장터와 서일농원에서 직거래로만 판매되는 된장

잊혀져가는 우리의 참맛 전하는 사명감에
안전한 먹거리 지킨다는 열정 더해져

“세월을 제법 살았는데도 누구에게 인정받는 일은 고맙고 감사하죠. 명인이란 타이틀이 인정을 받는 것이라 생각되니 더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 기쁨만큼 책임감도 커집니다.”
안성 서일농원의 서분례 명인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식품명인 제62호로 지정된 후 남긴 소감이다. 서 명인은 청국장 전통식품 제조·가공분야의 명인으로. 국내에서 유일하다.
안성 일죽 IC 인근의 서일농원 입구에는 들어서니 봄날의 하얀 매화가 먼저 반겨준다. 깔끔히 티끌하나 없이 반질반질하게 손질된 잔디하며 잘 가꿔진 조경은 마치 관리된 공원 같다. 마침 해가 좋은 날이라 장항아리 뚜껑이 활짝 열어젖혀 있고 항아리에 씌어놓은 흰 무명천이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다. 고운 레이스까지 둘러놓은 무명천 싸개에서 장에 대한 주인의 정성이 듬뿍 느껴졌다.

▲ 지난해 공영홈쇼핑에서 판매되며 히트 친 서일농원 창국장 제품은 냄새가 없는 게 특징이다.

열심히 하느라 했지만. 혹시 모자란 점이 없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제가 담근 장맛에 대한 인정이든 시간에 대한 인정이든 명인이란 이름에 감사합니다.”
서분례 명인의 청국장은 남다르다. 장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파고든 서 명인은 조선시대 ‘증보산림경제’ ‘수시장법’에 수록된 방법에 가깝게 제조한 청국장을 친정할머니로부터 3대째 제조비법을 전수받아 청국장을 제조한다. 냄새 때문에 청국장을 멀리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랜 연구 끝에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 맛과 영양이 뛰어난 청국장을 탄생시켰다. 경기도지사가 인증하는 G마크는 물론 미국 FDA검사 기준도 합격했다.

명인청국장이란 타이틀을 받은 후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선으로 공영홈쇼핑에서 청국장을 판매하기도 했다.
“주문이 2천 세트가 넘어서는 전광판이 보이는데 그만 왈칵 울음보가 터졌어요. 제가 만든 청국장을 알아주는데 대한 감격이 무엇보다 컸습니다.”
청국장은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장이다보니 이렇게 대량 주문이 쇄도해도 반갑지만 다른 장류는 그렇지 않다.

된장의 경우는 만든지 2년간 숙성된 된장만을 경기사이버장터와 서일농원 홈페이지 그리고 안성의 서일농원을 직접 찾아오는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된장의 맛의 균일화를 위해 서 명인은 안성에 콩 사랑회를 조직해 제초제 없이 키운 콩 만을 계약재배하며, 영암산 천일염을 구입해 3년간 간수를 빼서 사용한다. 서일농원의 대표상품은 청국장과 된장 이외에도 고추장, 쌈장이 생산되고 장아찌류도 계절 먹거리로 생산된다.   
“항아리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지금도 반질반질 윤기나게 닦아놓은 항아리를 보면 마냥 껴안고 있고 싶은데 그 속에 가득 몸에 좋은 보물들이 들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서분례 명인의 장에 대한 사람은 남다르다. 조상들의 장에 대한 지혜를 과학적으로 풀어보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산학공동 연구로 청국장의 대중화에도 힘써 청국장 버거, 청국장 다식. 청국장 국수 등도 개발했다. 어릴 때부터 장맛을 알게 해 장류를 선호하게 되는 장의 대중화를 꿈꿨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일농원의 장이 이름나게 된 것은 순전히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퍼져나갔기에 가능했다.

사실 장은 한번 구매하면 반년이나 일년을 두고 먹을 수 있기에 구매횟수가 적은 품목이기에 마케팅이 쉬운 품목이 아니다.
“흠 있는 콩 하나도 섞이지 않게 정성껏 만들었는데 잘 팔리지 않은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직접 와서 맛볼 수 있게 농원 한 곳에 시식코너를 만들었는데 이게 입소문이 났어요.”
장을 맛본 사람들이 장을 구입해가고, 또 아예 경치 좋은 이곳에서 식사를 했으면 하는 요청이 쏟아져 아예 장류 전문 식당인 ‘솔리’도 문을 열게 됐다.

현재 서일농원은 고객들에게 농원을 개방해 즐길 수 있게 해놓고 있다. 봄에는 매화부터 시작해 벚꽃과 철쭉이 쉼 없이 피고 지며 꽃 향기에 취하게 한다. 그 속의 옛 항아리 3,000여개는 금줄이 쳐있어 들어갈 수는 없지만 멋진 광경을 연출하며 맛있게 장을 익히며 시간을 흐르게 한다.
콩이며 고추며 나물이며 실하고 좋은 것을 골라서 모양 좋은 독에 담아 햇볕으로 익히며 마음까지 담고 있는 서분례 명인은 이렇게 말한다.
“시간은 앞으로 가지만 사람 입맛은 뒤로 가야 건강합니다. 입맛이 자연으로 돌아갈수록 흙이 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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