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화훼산업을 활성화시키려면
식품, 외식, 관광, 체험,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 융복합해야 한다.
여성농업인들이 특기와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우리 화훼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한 나라의 행복지수는 꽃 소비지수와 비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꽃은 우리 삶에 중요하다. 관상용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정서 함양,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꽃 소비량이 선진국 척도라고 할 정도이다.
필자는 과거 농림부 실무자 시절 네덜란드 알스미어(Aalsmeer) 화훼시장을 방문하고 매우 놀랐다. 자동화된 시설, 현대화된 거래,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엄청난 꽃 거래규모를 보며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시장을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알스미어는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지만 ‘세계 화훼산업의 수도’로 불린다. 연간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화훼거래, 교육, 연구, 관광을 위해 알스미어를 방문한다. 꽃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관광명품도시로 변모한 것이다.

선진국이 꽃을 통해 소득을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반면 우리나라 꽃은 고달픈 ‘규제의 대상’이 되어왔다.
꽃의 아름다움보다 가격을 따지고 주요소비처도 난, 화환 등 관혼상제여서 경조사용 꽃소비가 전체 화훼소비의 80%를 차지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일정금액 이상의 꽃이나 화분은 주고받을 수 없다. 가뜩이나 침체된 화훼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꽃의 유통도 “힘들고 고달프다”. 조금이라도 손상되면 상품성이 없기 때문에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습식유통이 필요하다.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하나 비용 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최근에는 수입꽃이 늘어나면서 국산꽃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우리나라 화훼산업 규모는 10년 전인 2005년 1조원 규모에서 최근에는 7천억원대로 감소했다. 2010년 1억달러를 넘어섰던 화훼수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꽃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꽃의 생활화를 실천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양재동 aT센터 지하에 ‘에이티움(aTium)’이라는 새로운 ‘꽃까페’를 만들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창업공간을 제공해주고 기본 시설을 설치해 초기 자금부담을 완화해준다. 초보 창업자를 위한 전문가 멘토링과 창업교육 등 컨설팅도 제공한다.
aT는 에이티움 운영을 위해 전국 대학생과 청년을 대상으로 창업아이디어를 공개 모집했다. 폐유리병을 이용한 화병과 화분을 판매하는 ‘바틀샥’, 감성 플라워까페를 표방한 ‘피네’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최종 선정된 2개팀의 청년창업자가 6개월간 꽃가게를 직접 운영한다. 젊은층 등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화훼창업 모델이 발굴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훼분야 청년창업가들의 성공 스토리를 정착시켜 다른 농수산식품 분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화훼산업에도 다양한 일자리가 있고 창업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화훼산업은 여성들의 섬세함과 미적 감각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신상품 아이디어가 많을 것이다. 실내원예 및 조경전문가, 화훼장식기능사(플로리스트), 원예치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농업인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화훼산업을 활성화시키려면 식품, 외식, 관광, 체험,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 융복합해야 한다. aT센터 에이티움을 직접 찾아와서 둘러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를 바란다. 여성농업인들이 특기와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우리 화훼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여성의 남다른 아이디어와 감각이 침체된 우리 화훼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각종 규제와 경기침체로 인해 ‘고달픈’ 우리 꽃이 에이티움을 통해 활기를 띠고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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