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59)

일전, 한 지방의 농업기술센터 강의에서 웬 젊은이가 중정하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뉘시냐고 물으니 그 센터의 직원인데, 몇 해 전에 내 강의를 듣고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무주의 단감 밭에 헤어리베치와 호밀을 계속 3년을 재배하자 낙과가 현저히 줄고 당도가 높아지고 때깔까지 좋아져 좋은 값에 넘기곤 한다며 고마워했다.

농촌진흥청에서 여러 가지 녹비의 장점을 말하지만 녹비를 재배하는 농가에서 경험하는 장점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다. 10a에 씨 10㎏을 뿌리면 지상부에서만 마른 유기물 500㎏ 이상 얻는다. 보통 지하부도 그만큼의 유기물이 남는데, 그럼 도합 1톤의 유기물을, 퇴비로 치자면 2톤을 넣는 셈이다. 씨 10㎏은 어린아이도 들 수 있지만, 퇴비 2톤은 트랙터를 써야 한다.

녹비 뿌리는 호밀의 경우, 최고 1m 깊이까지 뻗으면서 흙에서 공간을 만들어 물의 저장과 가스 교환의 통로가 된다. 작물 뿌리가 힘 안 들이고 뻗게 하면서 유기물 긴 관은 작물 뿌리에게 양분을 대준다. 그래서 1m 깊이까지 흙의 이화학성을 아울러 개량해준다. 이런 깊이까지 흙의 이화학성을 개량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

무엇보다도 표토에 잠자는 인산비료를 1m 깊이까지 옮겨준다는 사실이다. 원래 인산은 아주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양분으로, 질소가 일 년에 158㎝ 움직일 때, 인산은 4㎝에 그친다. 때문에 심토는 물론, 30㎝부터 인산이 매우 적다. 심토까지의 인산 배달은 과일의 맛을 좋게 할 수밖에 없다.

녹비는 흙의 유실과 잡초를 막고, 가뭄도 막아준다. 따라서 고랭지 비탈밭에서는 녹비재배보다 더 좋은 ‘안심 농법’은 없다. 신선한 녹비를 베어서 흙에 넣고 갈아주면 좋은 미생물은 활발히 증식해서 병원균은 죽어버린다.

연작지에서 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선충병을 막는 방법으로 녹비만큼 좋은 것은 없다. 아칼로이드 계통의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녹비식물 크로탈라리아(네마장황, 모두 여름 녹비)와 수단그라스를 휴경기인 5~8월 중에 2개월간 재배하고 잘라서 흙에 환원한다.

특히 그 위에 투명비닐로 피복하면 열에 약한 선충을 90% 이상 죽인다. 비닐피복을 하고 한 달간 후숙시킨 후에 작물을 심으면 안심이다.

딸기 묘를 심고 6개월 후에 녹비작물과 태양열 소독을 한 결과, 하지 않았을 때 토양 100g당 뿌리썩이선충은 2,889마리에서 0마리, 뿌리혹선충은 130마리에서 1마리로 줄었다.

때문에 녹비재배는 500배 이상 남는 ‘횡재 장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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