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58)

유기물을 나 나름대로 ‘흙속의 천사’라고 부른다. 그런 유기물을 망나니로 만들어 농사를 망치게 하는 ‘유기질비료’ 업자가 상당수 있다.

유기물은 작물이 필요한 질소-인산-칼륨 등 14가지 필수원소 말고도 60여 가지나 되는 원소를 지니고 있다. 보통 농부는 화학비료로 질소-인산-칼륨-칼슘-마그네슘-황-염소-붕소 등 8가지 원소만 주고 우리 할아버지부터 거의 100여년, 특히 최근 50여년을 농사지어 왔다. 그러다 보니 작물이 철-아연-구리-망간-니켈-몰리브덴 등 6가지 미량원소 결핍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식물이 필요한 14가지 성분에 9가지 원소(크롬-코발트-불소-요오드-나트륨-규소-셀레늄-주석-바나듐)가 더 많은 총 23가지 원소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화학비료만 주면 15원소나 부족하다. 유기물에는 인체에 필요한 성분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성분을 지니고 있는 유기물을 넣고 농사를 짓는 농업이 ‘유기농업’이다.

천안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내 제자는 양액재배로 짓는 고설 딸기보다, 유기물을 듬뿍 넣고 지은 토경 딸기 맛이 더 달다. 두세 번째 따는 딸기보다 맨 첫 번 딸기가 제일로 달고 감칠맛이 난다. 게다가 유기물은 양분 저장량(양이온교환용량)이 흙보다 25배나 커서 염류장애를 상당한 정도로 막아준다. 그래서 유기물만 써서 짓는 농사가 ‘유기농’이고, 거기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유기농산물’이라 해서 특별 대접을 받는다. 맛도 좋고, 영양도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퇴비에 석회를 넣고 만들어 ‘유기질비료’라 하여 팔고 있다. 왜 석회를 넣느냐고 물어보면 “우리나라 흙이 산성이라 석회를 넣어 개량해 주려고 한다.”고 대답한다. 그럴 듯한 대답이지만 기가 찰 노릇이다. 문제가 크다.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유기질비료가 석회 세례를 받고 나온다. 가축분뇨를 퇴비로 만들 때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석회가 냄새를 없애는데 한 몫을 한다. 게다가 퇴비가 되는 동안 줄어드는 무게를 석회가 벌충한다. 미생물이 가축분뇨에 덤벼 발효를 시작하려는데, 난데없이 석회가 들어오면 높은 pH 때문에 하던 일(발효)을 할 수 없다. 발효가 중동무이로 끝난 퇴비는 가스가 나온다. 제대로 발효가 되려면 두세 달이 걸릴 것이 한 달이면 끝나 자금 회전도 빠르다.

퇴비에 석회를 넣으면, 칼슘이 퇴비 속으로 들어가면서 미량원소를 내쫓는다. ‘유기질비료’를 흙에 뿌려주면 유기물 속에 들어간 칼슘이 제 집이었던 흙속으로 되들어간다. 그럼 흙에서 내쫒긴 미량원소들은 어디로 갈까? 그렇다! 칼슘이 내놓고 나간 퇴비 속 자리로 되찾아 들어간다. 미량원소는 유기질비료가 분해될 때까지 그 속에 감금된다. 작물은 상당 기간 미량원소 부족과 알칼리에서 탈질돼 생기는 질소부족과 가스피해, 그리고 인산고정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다.

때문에 지혜로운 농부는 망나니짓을 하는 ‘유기질비료’를 아예 쓰지 않거나, 한해 묵혔다 쓴다.(그렇다고 완전 발효된 유기질비료가 되는 것은 아님) 석회를 넣지 않고 제대로 발효시킨 유기질비료를 알려주면 적극적으로 우리 농민들에게 공개 추천해주려고 한다.
(도움말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김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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