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57)

20여 년 전에 읽은 책이지만 석회 이야기만 나오면 그 책이 기억에 새롭다. 영국 교수가 쓴 ‘Lime(석회)’라는 책인데, 쓴 이의 이름도 기억에 없지만 그가 한 말은 기억이 난다.
“석회를 쓰는 아버지는 부자지만, 아들은 거지가 된다.”고 책의 맨 첫 장에 쓰여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책의 어디에도 거기에 대한 확실하고 직접적인 설명은 없다. 다 읽고 나서 나름대로 이렇게 추측을 해봤다.

아버지는 석회로 토양을 개량해 수확을 많이 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본 아들은 아버지가 어떻게 부자가 됐나를 안다. 그러나 아들은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지 못한다. 아버지는 석회를 주면서 유기물도 많이 줬다는 사실이다.
석회가 흙을 중성으로 맞춰주면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미생물의 밥은 아버지가 듬뿍 뿌려준 유기물이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먹으면 잘 분해되면서 유기물에 저장돼 있는 양분, 특히 질소-인산-미량요소가 쏟아져 나온다. 수량을 좌우하는 이 성분들은 수량은 물론 맛도 좋게 한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말 해 주지 않았을 리 없겠지만, 아들은 귓등으로 들었을 것 같다. 석회만을 주다보니 흙속의 유기물이 다 소진됐다. 우리가 땅심, 또는 지력(地力)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유기물이다. 유기물이 많으면 땅심이 높고, 유기물이 적으면 낮다. 석회를 매년 주다보니 유기물은 분해돼 없어지고 땅심이 떨어진 것이다.
더구나 흙 분석도 하지 않고 석회를 매년 주다보면 산도를 7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알칼리성에서 질소는 탈질을, 인산은 고정을, 석회의 칼슘이 칼륨-마그네슘을 흙에서 내◎⃝아 용탈을, 미량요소(철, 아연, 구리, 망간, 몰리브덴, 붕소)를 불용화 시켜 그야말로 흙에는 작물이 먹을 만한 양분이 없게 된다. 그러니 아들은 쪽박(거지)을 찰 수밖에 없다. 아들은 기가 차지만 누구에게 물어봐도 확실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농가는 석회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다. 그래서 산도를 재보고 석회를 넣는다. 그래서 삼요소 비료를 줄 때나, 퇴비나 유기질비료를 넣을 때 함께 석회를 준다. 이는 마치 개와 고양이를 한 우리에 몰아넣는 꼴이 된다. 개와 고양이 중 어떤 놈이 이길까? 힘 센 놈은 살고 진 놈은 죽는다.

삼요소와 석회, 퇴비와 석회의 싸움에서는 승자가 정해져 있다. 백전백승, 승자는 석회이고, 패자는 상대인 화학비료나 유기질비료다. 석회와 맞닥뜨린 비료는 앞서 말한 것처럼 탈질과, 인산고정, 칼륨-마그네슘-미량원소들은 용탈과 불용화가 된다. 그래서 석회나 규산질비료는 화학비료나 유기질비료를 주기 적어도 보름 전에서 줘서 흙을 중화시켜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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