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 창업열전- 강원 양구 농가맛집 ‘시래원’

▲ 농촌진흥청 지정 농가맛집 ‘시래원’을 경영하고 있는 조일남 대표는 양구 해안면 고랭지에서 재배한 시래기로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다.

단일메뉴 승부…양구 시래기로 만든 정식 한상
예민한 ‘요리 연구가’…신선한 식자재만을 고집

처음은 ‘대한민국 시래기 천지인데, 세 달만 하고 관두자’는 마음으로 기대 없이 시작된 일이었다.
강원 양구군 남면 소재의 시래원이 농촌진흥청의 농가맛집으로 선정돼 영업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어느 겨울이다. 하지만 세 달만 ‘버텨보자’했던 일은 여섯 달을 넘겼고 일 년을 거뜬히 넘겼으며 2016년의 지금까지 건재해 전국 방방곡곡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휴가철에는 하루에 300~400명이 다녀가고 번호표를 뽑아야 할 정도다.    

경상남도 합천이 고향인 조일남 대표는 어렸을 적부터 요리에 남다른 소질을 갖고 있었다.
“열 살부터였어요. 어른들이 농사지어 온 배추로 김치를 담그고, 다슬기를 잡아오면 국을 끓여 드리고. 생선 양념을 해서는 손님들에게 맛보이고.”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만들면 맛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 내보이면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양구로 시집을 오고나서도 조 대표의 집 밥을 먹어본 이웃들은 음식솜씨를 집에서만 숨기고 있는 것을 ‘국가적 손해’라고 칭송하기까지 했단다. 그저 집 밥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던 조 대표는 생활개선회에서 적극적으로 음식 봉사 하며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음식을 맛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결국, 남편과 가까운 이웃만 알고 있었던 조 대표의 음식 솜씨는 예순이 훌쩍 넘어서야 시래원을 통해 집밖 방방곡곡 손님들에게 맛보일 수 있게 됐다.
시래원 음식은 양구 해안면 고랭지에서 재배한 시래기로 만든. ‘시래기 정식’이 단일메뉴로서 전부다. 기본적으로 시래기 밥과, 시래기 닭찜, 시래기 나물무침을 비롯한 각종 계절나물, 떡갈비, 튀김 등이 한상 거하게 차려져 나오는데, 시래원을 대표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고민의 여지없이 답변이 돌아왔다.

“시래기 밥과 비벼먹는 된장이지요. 가장 기본이면서도 시래원의 색깔이 가장 많이 묻어있는 것이에요.”
소탈하고 소박한 것 같지만, 조 대표에게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바로 신선한 식자재, 스스로의 기준에 충족하는 음식재료여야만 하는 ‘예민함’이었다. 그러한 성정 때문에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나물을 볶다가 들기름 맛이 마음에 안 들면 ‘빨아서’ 다른 들기름으로 다시 볶아요. 농사를 짓지 않고 장에서 구입하는 식자재의 경우, 보통 두 번 이상은 교환하는 것 같네요.”
조 대표는 시래기 음식 개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래기와 고기를 접목시킨 음식을 만들고 싶은데, 색감도 마음에 안 들고 구상한대로 안 나오는 거에요.”
결국 1년여의 연구 끝에 완성할 수 있었고 현재 시래기 정식에 없어서는 안 될 메뉴로 들어가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막내아들과 함께 시래기 메뉴개발을 하고 있는 조 대표는 돼지갈비찜과 접목된 시래기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

▲ 시래원 단일메뉴인 시래기 정식에는 시래기 밥과, 시래기 닭찜, 시래기 나물무침을 비롯한 각종 계절나물, 떡갈비, 튀김 등이 한상 차려져 나온다.

조 대표에게는 5년을 넘게 시래원을 경영하면서도 레시피가 없다.
“눈대중으로 모든 음식을 만들고 있어요. 체인점을 내자고 제안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아직 정형화된 조리법이 없으니 할 수가 없었지요.”
앞으로의 목표는 시래원 음식의 모든 조리법을 만들어 양구뿐만 아니라 전국에 시래원 체인점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시래기 음식이 이렇게 고급스럽고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조 대표의 꿈이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머지않아 그 꿈이 이뤄질 수 있겠지요?”
오랜 시간 담장 안에 감춰져 있던 조일남 대표의 손맛이 세상에 펼쳐진지는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음식에 대한 열정과, 맛에 대한 고집이 있기에 전국 어디에서나 그녀의 손맛을 맛볼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은 섣부른 예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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