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와인을 찾아서⑦ - 전북 무주 샤또무주

▲ 전북 무주의 ‘사또무주’ 전경

샤또무주 머루와인은 스위트와 드라이 두 가지다. 두 타입 모두 포도로 만든 와인보다 짙은 보랏빛 컬러가 인상적이다. 적지 않은 신맛과 제법 묵직하게 짜여진 바디의 균형감도 기대 이상이다.

해외에서 발간된 와인 전문서적 중에서 한국을 와인생산국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은 거의 없다. 그 만큼 세계무대에서 한국와인의 위상은 보잘 것 없다. 하지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나라도 전국 방방곡곡 어느 곳이든 그곳만의 농작물과 생산기술로 만들어지는 특별한 와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같은 품종의 포도를 심더라도 이른바 떼루아(Terroir)라고 일컬어지는 포도가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지리적, 기후적 요소, 인적 요소에 따라서 지역마다 자연히 서로 다른 와인이 만들어진다. 이 같은 와인의 특성이야말로 와인애호가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새로운 와인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열정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예컨대 재배지의 해발고도나, 안개와 바람, 과수원의 위치, 경사, 방향 때문에 달라지는 일조량의 차이, 토질과 배수 조건에 따라 과일의 품질은 달라지고, 여기에 농부와 양조자의 손길이라는 인적 요소까지 더해진 결과가 고스란히 한 잔의 와인 속에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마치 미스터리 소설 속 단서를 통해 암호를 풀어가는 것처럼, 와인이 가진 색상과 향기, 맛을 느끼며 그것을 만들어낸 원인, 즉 떼루아를 알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은 중독되기 쉬운 게임처럼 흥미진진해서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한동안은 헤어나기 어렵다. 필자 또한 그 중독자들 중 하나인 것을 인정하며 오늘도 독자들과 함께 새로운 와인을 만나러 간다.

전라북도 무주는 겨울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유명한 곳이지만 와인애호가들에게는 머루와인 생산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 중에서 샤또무주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TG에서 좌회전해 무주로를 거쳐 치맛재로, 오두재로를 따라 덕유산 자락을 약 30km 달려야만 해발 900m 높이에 위치한 샤또무주에 닿는다. 꼬불꼬불 돌아온 진입로와는 달리 시원하고 키가 큰 현대식 양조장 건물과 넓은 머루밭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건물도 건물이지만 인물 훤하기로 소문난 조동희 대표는 이곳으로 귀농하기 전, 대기업 임원을 거쳐 무주리조트에서 이사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무주리조트에 재직할 당시 무주를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문화상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1999년 3만여㎡의 땅을 사서 머루를 심기 시작한 것이 샤또무주의 시작이다. 많은 준비를 거쳐 2003년 정식으로 와이너리를 설립했고, 2006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내는 물론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까지 많은 국제와인 전시회에 참가해 한국와인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2008~2010년까지 3년간 진행된 무주 머루클러스터사업의 단장을 맡아 지역농업의 생산기반 조성에 기여했으며, 현재는 4만여㎡ 정도의 밭에서 재배되는 머루로 한해 3만병 정도의 와인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을 더 늘릴 수도 있지만 품질을 지키기로 마음먹고, 딸기농사 등을 통해 소득을 보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조 대표의 안내를 받아 넓은 머루밭과 양조장 내부를 둘러본 후 2층에 마련된 공간에서 시음이 진행됐다.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최고의 매력은 역시 와인이 만들어지는 현장에서 직접 와인을 만든 양조자의 설명을 들으며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샤또무주 머루와인은 스위트와 드라이 두 가지였는데, 두 타입 모두 포도로 만든 와인보다 짙은 보랏빛 컬러가 인상적이었다. 적지 않은 신맛과 제법 묵직하게 짜여진 바디의 균형감도 기대 이상이다. 스위트 타입은 대중성이 강조된 와인이며 드라이 타입은 좀 더 날카롭고 파워풀해서 스테이크 같은 서양식요리에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정통 레드와인 외에도 저렴하고 대중적인 진저와인, 허니와인 등의 풍부한 제품군이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생산량과 판매량의 균형을 통해 제품의 가격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대표의 말에서 시장을 읽는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샤또무주 외에도 머루로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여럿 있어서 무주는 와인 테마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무주와인동굴에 가면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와인이 전시돼 있는데 저렴한 체험비로 와인을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