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그렇잖아, 미치지 않고서야 어떤 사람이 내가 피해자요, 하고 신고하겠어?’ ‘그래, 내가 그 미친년이다, 이놈아!’
영화 귀향(鬼鄕)에 나오는 명대사의 한 장면이다. 정부가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증언으로 위안부 피해자 신고를 실시하면서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내가 피해자라고 말하기 부끄럽고 사회적 시선이 너무 따가웠을 것이다.

1940년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귀향’이 개봉 3주만에 관람객 300만을 육박하고 있다.
사회적 무관심속에 제작비가 부족해 7만5천명의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사회적 소액기부 형식의 모금)으로 14년만에 제작된 색다른 영화라는 특징이 있다.

14살의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가 어느 날 일본군에 의해 위안소로 끌려가 인간으로 참기 어려운 수모와 모진 고통을 받게 된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는 일본군의 동물적 만행에 분노를 느낀다.
당시 위안부로 끌려간 어린 딸들이 20만명이나 되었고 살아남아 돌아온 사람은 고작 200여명에 불과했다.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귀향(歸鄕)이 아닌 머나먼 이국에서 부모님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사라져간 소녀 귀신 鬼(귀) 즉 영혼이 고향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뜻을 담아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지난해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이 사과하고 배상하기로 합의했으나 진정성도 없어 보이고 이들의 피맺힌 한을 풀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우리는 영화 귀향을 통해 유대인의 학살현장 아우슈비츠수용소의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구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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