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 이선일 연구사

전정가지 등 부산물을
탄화물로 활용하면
자원활용․탄소흡수원 확대 효과

올 겨울 이례적으로 북극 한기가 우리나라를 강타해 15년 만의 한파가 몰아쳤었다. 이제는 겨울 추위가 절정을 넘어서고 서서히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봄을 맞이하는 과수농가는 과일나무에서 불필요하고 오래된 가지를 잘라내는 전정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과수의 해가림 방지와 병해충 방제 등을 통해 나무도 보호하면서 가을에 수확할 과실의 생산량을 높이고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겨울전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정작업한 뒤 발생하는 전정가지는 2012년 농촌진흥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간 약 170만 톤 정도 발생하는데 이는 농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처방안으로 전정가지를 파쇄해 퇴비로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손 부족이나 병반전정가지에 의한 병해충 전염 우려로 일부 농가에서는 소각해 처리하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수십 년 동안 생태계 광합성작용을 기반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기 때문에 탄소흡수원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산림은 유엔기후변화 협약에서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과일나무도 같은 맥락으로 탄소흡수원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전정가지가 발생하고 이를 소각해 버리면 그만큼의 탄소흡수원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전정가지를 소각하지 않고 탄화물로 변환시켜 이용하는 것은 탄소흡수원을 추가․확대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탄화물은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태워 숯의 형태로 만든 것으로서 분해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탄소 유기물 형태로 돼있다. 또한 안정성이 높아 토양에 투입하면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탄화물의 내의 탄소는 100년 동안 20% 이내로 분해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식물체를 소각하지 않고 토양에 투입해도 짧게는 1년, 길어도 10년 이내 미생물에 의해 모두 분해된다. 그렇게 되면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잠시 저장해 두는 곳일 뿐 궁극적으로는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탄화물은 대기 중의 탄소를 100년 동안 80%이상 땅속에 저장하는 특성이 있어 대기 중의 탄소를 토양에 저장하는 탄소흡수원으로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탄화물의 탄소흡수원 역할을 국가적으로 인정받고 활용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풀어야할 현안들이 남아 있다. 탄소흡수량을 평가할 수 있는 정확한 측정 과정이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환경적․경제적인 요인을 고려한 탄화물의 생산과 확보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야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매년 이맘때쯤 과수 농가에서 발생하는 전정가지 등의 부산물을 탄화물로 활용하면 나무를 통한 탄소흡수 이외에 추가적으로 토양을 통한 탄소흡수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비춰 볼 때 탄화물을 과수농경지에 활용하는 것은 버려지는 자원의 활용, 탄소흡수원 확대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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