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농업인의 의욕과 사기를
높여주는 정책인 ‘農政’
농업의 기능을 옳게
바라보는 ‘農正’
농산물수급 안정을 바라는
‘農定’이 절실하다"

봄기운이 서리기 시작하는 우수도 지났다. 이제 영농교육도 마치고 풀과 나무가 깨어나면서 서서히 올 농사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농업이 국가경제의 애물단지 대접을 받고 있는 듯 해서 씁쓸하지만 그래도 가야 한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4%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쌀을 빼면 5%밖에 안 된다. 국제 곡물시장이 혼란할 때 큰 대가를 치러야할 위험에 놓여 있다. 농정(農政), 농정(農正), 농정(農定)이 절실한 이유다. ‘농정(農政)’은 농업·농촌·농업인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풀기 위해 행정력과 정치력을 발휘하는 일이다.

이미 정부는 농업을 고부가가치 6차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1차 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지만 유통·가공·관광 등 연관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투자의 중심축을 농업의 전문화·고급화·규모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요즘 우리의 농산물시장과 밥상에 얼굴 없는 유기농산물들이 생산, 소비되는지 너무 혼돈스럽다. 고품질 농산물 생산이야말로 농업경쟁력의 상징이다.

‘농정(農正)’은 국민들이 농업의 기능을 올바로 아는 힘이다. 국민 대다수가 얼마나 정확히 우리 농업의 다양한 기능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느냐는 문제다. 농경시대에 농사는 ‘농민만의 몫’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농사가 아니라 농업도 하나의 사업으로 바뀌었다. 대부분의 지역이 도시화돼 질 좋은 먹거리를 필요로 하기에 이르렀다. 농사가 단지 ‘농민만의 몫’이 아니다.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총체적인 생활협동을 통해서 함께 연대를 맺고 공생적이고 유기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순리다.

해마다 귀농귀촌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청년들이 농촌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농사는 노인 일자리’라는 선입견에도 귀농귀촌의 40%가 40대 이하에서 이뤄진다. 정부도 규제개혁과 집중투자와 함께 귀농 청년층을 위한 지원정책도 뒤따라야 한다. 농업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청년들의 귀농과 농촌 창업을 적극 장려해 왔다.
농업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정보기술(IT)벤처 못지않게 생산성 높은 산업일 수 있다. 이스라엘의 농업인구는 우리나라의 4%에 불과하다. 하지만 농업수출액은 우리나라의 73%에 이른다. 수출에 유리한 작물을 국가 차원에서 선정해 농민들에게 보급한 뒤 농업예산의 20%를 들여 연구개발(R&D)까지 나섰기 때문이다. FTA 등 국가 간 여러 협정들이 우리 농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 만 없지 않은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농산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소비자들의 니즈(Needs)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농업인이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하면 안 된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만 이전해서도 안 된다.

‘농정(農定)’은 농산물 가격의 안정이다. 풍흉에 따라 농산물 가격은 춤춘다. 소비자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마케팅 전략을 짜 주는 등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 해 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물론 농업인도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농산물을 맞춤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찾지 않고 정부의 지원자금만을 편히 이용하려 한다면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분명 농촌은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블루오션(blue ocean)’이다. 농업은 자연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 짓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농업인의 의욕과 사기를 높여주는 정책인 ‘農政’, 농업의 기능을 옳게 바라보는 ‘農正’, 농산물수급의 안정을 바라는 ‘農定’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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