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홍(전 축협중앙회 연수원장)

▲ 강신홍(전 축협중앙회 연수원장)

‘아직 열두척의 배가…’
상유십이의 정신으로
풍전등화를 이겨내자

사람과 사람, 개인과 조직사회, 국가와 개인간에 어떤 식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공자는 논어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즉 사람은 자기 사정을 남이 알아주길 바라고 그렇지 못하면 화내고 서운해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부처도 ‘대자대비(大慈大悲)의 정신으로 중생을 구제하라’고 가르친다. 예수는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줘라’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같이 성인들의 말씀은 표현은 조금씩 다르나 공통점은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삶의 황금률이라 볼 수 있다. 즉 서로 상대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소통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칭찬을 받고 싶으면 먼저 칭찬해주고, 도움을 받고 싶으면 평소에 먼저 도움을 주라는 것이다.

바야흐로 치열한 정치 승부의 계절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일반조직사이의 황금률의 잘잘못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다르다. 정치가 잘 못 되면 나라의 안위와 국민의 등 따시고 배부른 삶의 근본이 뒤 흔들린다. 정치에서의 황금률 역시 ‘무엇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인가, 나라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로 역지사지해야 할 것이다. 정치판이 사이비 정치꾼에 휘둘리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여기서 우리는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상유십이’정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정은 전란 중임에도 붕당정치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었고 이순신 장군의 전과를 놓고서도 논의가 분분했다. 오직 구국 일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풀려 나온 후 권율 장군 진영에서 묵묵히 백의종군하게 된다. 이순신 장군의 뒤를 이어 삼도 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이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하자 다급해진 조정은 이순신 장군을 다시 삼도 수군통제사로 임명한다. 수군의 전력을 걱정하는 왕에게 이순신 장군이 결의에 차서 올린 말씀이 그 유명한 ‘금신전선 상유십이 출사력거전즉유가위야(今臣戰船 尙有十二 出死力拒戰則猶可爲也)이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면 오히려 막아낼 수 있습니다.” 이 결의에 찬 한마디가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한 것이다. 이 전선을 이끌고 130여척의 왜선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뒀으니 이것이 그 유명한 명량해전이다.

오직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 위협이 가속화되고 있고, 세계 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국내 경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들은 정말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나라의 운명이 걸린 한판의 선거다.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고 외치는 상유십이의 정신, 그 삶의 황금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러한 선량들을 지혜의 눈을 번뜩이며 골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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