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섭 (사)한국도시농업연구회 회장

▲ 송정섭 (사)한국도시농업연구회 회장, 예비귀농인

농촌은 나 혼자 성공했다고
행복해지는 구조가 아니다.

본인도 성공해야겠지만
자신의 성공을 통해
마을 공동체가 고루 행복해져야
진짜 귀농에 성공한 것이다.

40대 부부가 복잡한 도시생활을 청산하더니 농촌으로 들어왔다. 서툰 농사일, 농산물 판로확보, 현지 주민들과의 잦은 충돌 등을 그럭저럭 이겨내고 귀농 5년 만에 연소득 7천만 원을 냈다. 최근 귀농귀촌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에서 볼 수 있는 귀농 성공사례다. 이런 사례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귀농인이나 예비 귀농인들에게 교육자료로 다양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성공은 도시의 ‘나밖에 모르는’ 개인화된 의식이 반영된 경우로 그리 훌륭한 사례로 보긴 어렵다.

이젠 이러한 귀농귀촌 성공사례도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농촌이라는 공간은 도시의 아파트나 주택가처럼 개인 중심의 삶이 아니다. 주민간의 소통방식이나 공간적으로도 늘 함께 하는 공동체적 삶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자기 농사도 열심히 잘 지어 돈을 벌어야 하지만 마을의 공동 일에 어느 정도는 참여해야 한다. 즉 농촌은 나 혼자 성공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구조가 아니다. 나도 성공해야겠지만 자신의 성공을 통해 마을 공동체가 고루 행복해져야 진짜 귀농에 성공한 것이라는 얘기다.

좋은 사례가 있다. 정읍 송죽마을에서 떡 가게(솔티애떡)를 운영하는 김용철 대표 이야기다. 김 대표는 쑥과 모시농사로 겨우 연명하던 가난한 마을에 귀농했다. 지난해에는 마을에서 생산된 쑥과 모시 5만㎏을 현장에서 전량 최고가에 수매했다. 김 대표는 모시를 수매할 때 마을기금으로 ㎏당 300원씩 따로 적립해 마을 어르신들(20년 이상 거주, 만 80세 이상)에게 매월 생활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장산 청정 쑥과 모시의 좋은 원재료를 쓸 수 있고, 마을주민들은 농사만 열심히 지으면 판로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리게 된다. 떡 가게 앞에는 종종 고구마, 무 등 농산물 자루가 놓여있는데 마을주민 누군가가 감사의 표시로 밤에 몰래 가져다 놓은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귀농이고 우리가 찾아가고 싶고, 살고 싶은 농촌의 모습이다. 이런 사례가 알려지면서 작년에 청와대 시도 의장단 연석회의석상에서 대통령도 극찬한 적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나 농촌진흥청, 귀농인을 유치하는 각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귀농귀촌 관련단체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전국적으로 잘 모아서 귀농귀촌 성공사례집을 만들고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귀농귀촌을 꿈꾸고 있고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 2012년 27,008명에서 불과 2년 만에 44,586 (2014)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금도 많은 도시 생활자들이 귀농을 꿈꾸고 있다. 도시의 생활환경이 악화되면서 좀 덜 벌고 더 행복하게 살자며 젊은 층들의 귀농도 많아지고 있다. 특이하게도 50~60대 이상은 귀농인구가 증가한 반면 30~40대 젊은 층은 귀촌인구가 더 늘었다. 귀농이든 귀촌이든 농촌생활을 꿈꾸는 주된 원인은 안정적인 소득도 있겠지만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원하기 때문이다. 맑은 공기, 반딧불과 다슬기가 상생하는 청정 계곡, 이런 자연환경을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적환경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만나고 소통하는 게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누구랑 함께 사느냐’라는 인적환경이 성공적인 귀농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다. 마을 사람들은 새로 들어온 귀농인을 먼저 살갑게 대하진 않는다. 내가 그 마을에 맞추는 게 현명하다. 이심전심이라고, 내가 잘하고 열심히 하면 마을사람들이 먼저 안다. 마을과 물리적으로 섞이려고 하면 안 된다. 가슴으로 섞여야 한다. 어르신에 대한 효가 있는 마을, 농촌스러움이 있고 늘 깨끗한 마을, 이런 곳이 우리가 원하고 지켜가야 할 농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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