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상상해보자. 황금색 들판이 물결치듯 흐르고 그 어딘가에 서 있는 얼룩말, 얼룩말 위 잠들어 있는 고양이 한 마리. 조금 시선을 돌리면 하얀 종이로 만들어진 바람개비가 바람에 날리고 있고, 옅은 청색 빛의 하늘이 이 모든 풍경을 감싸 안고 있다.

조금은 얼토당토않은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림 한 장이다. 이 삽화 왼쪽 하단에는 짧은 글이 삽입돼 있다. “내가 먼저 나를 아껴줄 때, 세상도 나를 귀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이 4년 만의 신작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위로가 간절한 현대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나’를 비롯해, 완벽하지 않은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해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엄마가 아이를 지켜보는 듯한 시선으로 삼라만상을 바라본다. 알쏭달쏭한 초현실주의 풍의 그림은 독자를 현실너머 다른 세상으로 잠시 인도해 생각의 공간으로 빠뜨리게 하는데, 결과적으로 나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내면의 소리를 잊은 채 시린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따뜻한 동백꽃차 한잔과도 같을 것이다.

혜민/수오서재/296쪽/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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