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52)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과유불급, 過猶不及)고 한 옛 어른들의 말씀은 언제나 농사에도 진리다.

하우스에서 아침이슬이 맺힐 정도로 과습하면 주인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힌다고 말하자(지난해 12월21일자 본보 참조) 어떤 농부는 묻는다. “그럼 건조한 쪽이 더 낫겠네요?” 나는 “과습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오십보 백보지요.”라고 대답한다.

과습에 대한 피해는 이미 여러 번 말했듯이 이슬이 맺히면 흙에서 나오는 질소가스가 녹아들어가 증산되는 구멍(수공, 심하면 기공까지)을 망가뜨린다. 마치 항문이 막히면 밥을 먹지 못하는 것처럼, 작물도 수공과 기공이 망가지면 물을 빨아올릴 수 없다. 물이 올라오지 않으면 양분 결핍이 일어난다.

뿌리가 양분을 먹는 데는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물을 빨아들일 때 녹아 있는 양분을 자연스럽게 먹는 방법(집단유동), 뿌리가 주변의 양분을 빨아먹으면 그 주변은 농도가 낮아져 먼 곳의 양분이 확산돼 흡수되는 방법(확산), 뿌리가 흙에 붙어 있는 양분을 힘으로 빼앗아 먹는 방법(가로채기) 등이다. 이 세 가지 방법, 집단유동-확산-가로채기의 비율은 각각 66-25-9% 정도다.

따라서 작물은 먹는 양분의 2/3를 물에 말아 먹는다. 더구나 중요한 양분, 질소-칼슘-마그네슘-황은 집단유동으로, 인산과 칼륨은 확산으로 빨아먹기 때문이다. 수분이 나갈 구멍이 망가지면 물을 빨아먹을 수 없다. 물도 못 마시니 양분도 먹을 수 없다. 죽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다시 말한다면 하우스 공기의 과습은 이슬을 불러오고→이슬은 잎의 수분 배설 구멍을 망가뜨리고→수분의 배출이 안 돼→ 양분흡수가 안 되니 영양실조가 오고→잿빛곰팡이병 등 과습병이 덤비고→ 수량이 떨어진다. 따라서 결로를 막으려면 해뜨기 2시간 전부터 한 시간에 1℃씩 온도를 서서히 올려 결로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반대로 하우스 공기가 건조하면? 작물에게 적당한 상대습도는 70~80%인데, 이 보다 낮으면 공기는 숨구멍에서 수분을 강제적으로 빼앗는다. 마치 축축한 수건을 빨랫줄에 널어놓으면 마르는 이치와 같다.

점점 습도가 낮아져 숨구멍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분을 빼앗기면 기공을 닫아버린다. 숨구멍이 닫히면 뿌리는 물의 흡수를 중단한다. 물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양분의 흡수도 안 된다. 물과 양분이 부족하면 광합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하우스 공기의 상대습도를 70~80% 신경 써서 맞춰줄 줄 알아야 상농소리를 듣는다.

‘절대습도’, ‘상대습도’는?
절대습도란 공기 1kg에 있는 수증기의 kg수를 말하며, 상대습도란 포화상태 수증기를 100으로 할 때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의 양을 말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상대습도는 낮아져서 이슬은 수증기로 사라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상대습도는 높아져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이슬로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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