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와인을 찾아서 - ⑤충북 영동군 도란원의 ‘샤또 미소’

▲ 충북 영동군 매곡면에 위치한 도란원의 안남락 대표.

요즘같이 매서운 추위와 눈발이 날리는 겨울날 마시고 싶은 와인은 어떤 것일까. 거친 레드와인 보다는 부드럽게 몸과 마음을 녹여줄 편안한 와인이 아닐까. 잔뜩 껴입은 외투자락의 무게 탓인지 무겁게 가라앉는 몸과 마음을 릴렉스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힐링와인 샤또 미소(Chateau miso)를 소개한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소싯적에 누구나 한 번쯤 읊조려 보았을 조지훈님의 ‘승무’의 한 구절이다. 샤또 미소 와인의 대표 상품이라 할 만한 로제와인을 처음 맛보았을 때 떠오른 느낌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 것이다. 색상과 맛이 그야말로 복사꽃 고운 뺨 같은 이 와인은 아마도 한국와인 중에서 가장 편안하고, 가장 밝고, 가장 경쾌한 와인일 것이다. 마치 열여섯 살의 첫사랑 같이 청순한 와인이다. 이름처럼 마시는 순간 누구라도 미소 짓게 하는 그런 와인이다.

▲ 도란원은 로제와인이 가장 유명하지만 레드와인(스위트, 드라이),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와인, 당분을 농축시켜 만드는 아이스와인, 로제스파클링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한다.

로제(Rose)라는 말은 분홍빛이 감돈다는 뜻의 프랑스어이다. 로제와인을 양조할 때는 포도껍질을 일찍 건져내, 껍질 속의 색소가 아주 약간만 와인에 우러나오게 하는 방식으로 특유의 화사한 색상을 얻어낸다. 컬러는 레드와인보다 옅은 핑크색이나 오렌지색을 띄지만 맛과 향의 느낌은 화이트와인 쪽에 더 가깝기 때문에 차게 해서 담백한 요리와 함께 마시면 좋다. 영어로는 블러쉬 와인(Blush wine)이라고 부르는데 Blush라는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뺨을 붉히다.], [홍조를 띤], [볼연지] 등의 뜻으로 되어있다. 어떤가. 이렇게 풀어놓고 보니 샤또 미소 로제와인을 마시면서 승무를 추는 여승의 복사꽃 고운 뺨이 생각 날만 하지 않은가.

샤또 미소를 만드는 곳은 충북 영동군 매곡면에 위치한 도란원이다. 이곳의 주인인 안남락 대표는 원래 술을 못하는 분이다. 양조자가 술을 못 마신다니.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웃음이 났었다. 그럼 어떻게 술맛을 보지?  봉사 코끼리다리 만지듯 어림짐작으로 만드는 와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술 맛을 보자마자 나의 모든 생각이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샤또 미소는 술 꽤나 좋아하는 주당을 위한 술이 아니었다.

주인장의 취향대로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진 와인이었던 것이다. 와인을 속이 빈 대나무 통으로 빨아들여서 숙성시켜내는 방법을 통해 떫은맛을 내는 탄닌과 신맛을 줄여서 부드러운 맛을 살리고 국산포도 3가지 품종의 포도(캠벨얼리, 머루, MBA)를 블랜딩하는 방법을 통해 색과 향미의 균형감도 살려 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완성된 샤또 미소 와인의 편안한 스타일은 강한 알코올과 무거운 바디의 와인을 마시기 힘들어하는 초식성 소비자들의 수요를 만족시키면서 순식간에 유명세를 얻었다.

‘2014 아시아 와인트로피 은상’, ‘2015 한국 와인품평회 2종 대상 2종 금상’ ‘2013 농림부 우리술품평회 과실주 부분 대상’ ‘2011, 2013, 2014 대한민국 와인축제 대상 ’등을 거머쥐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 도란원의 와인바 전경

로제와인이 가장 유명하지만 레드와인(스위트, 드라이),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와인, 당분을 농축시켜 만드는 아이스와인, 로제스파클링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며 영동 와인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는 긴장감 넘치는 짜릿한 체험보다는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고 환하게 밝혀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샤또 미소 와인 같이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와 휴식 같은 와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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