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가는 농업인 - 제주도 서귀포 ‘봉수네농장’ 고봉수 대표

고물 주워다 ‘유일무이’한 난방장치 직접 제작
외부열 이용해 타농가보다 난방비 50% 절감

한반도에서 가장 따뜻하고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 아열대과수도 재배되고 있는 제주도이지만 열대과일 재배에는 반드시 하우스를 가열해야 한다. 그래서 난방비가 생산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난방연료비가 비싸면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농가에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장치를 만들어 겨울철 망고재배시 난방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농가가 있다. 서귀포시 동홍동 ‘봉수네농장’ 고봉수 대표(45․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제주도에 망고농사가 도입된 건 약 25년 전. 고 대표는 그보다 한참 뒤인 10여 년 전에 망고농사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대를 이어 농사를 짓게 된 그는 감귤, 한라봉을 거쳐 망고로 작목을 전환해 현재 3300㎡(1천평)에서 고수익 과일 망고를 재배하고 있다.

열대과수인 망고를 재배하면서 난방비가 가장 큰 걱정이었던 그는 전공을 살려 직접 난방시스템을 구축했다. 히트펌프야 보조사업으로 지원받아 설치하긴 했지만 온실의 더운 공기를 쓰자니 작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아서 다른 에너지원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하우스 내외부의 온도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의 농장에는 빗물을 저장하는 100톤짜리 물탱크가 설치돼 있다. 이 물탱크 안의 물은 겨울에도 12~14℃ 정도를 유지하는데, 햇빛이 없는 밤에는 이 물을 하우스로 끌어들여 히트펌프를 이용해 온도를 30℃ 이상으로 높여 하우스 난방을 한다. 난방을 마친 물은 온도를 빼앗겨 7~8℃로 떨어지고 이 물은 다시 하우스 밖 물탱크로 들어가 외기온도에 맞춰 수온이 높아진다.

고봉수 대표는 이처럼 별도의 비싼 에너지원이 없이도 내외부 온도차에 의한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다른 농가보다 50% 정도 난방비를 절감하고 있다.

“농장에 설치된 장치는 다 주워다 만든 겁니다. 다른 농가들은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어요. 업체에서 만들어 준 것도 아니고 제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것이기 때문이죠. 히트펌프는 에너지원을 어디에서 가져오느냐가 중요합니다. 물 온도가 떨어지면 끌어올릴 방법이 없는데, 그렇다고 하우스 내부 열을 이용하면 작물에 안 좋아요. 그래서 저는 외기열을 쓰는 거죠.”

망고재배 후 제대로 돈을 번 것은 이제 겨우 5년에 불과하다는 고봉수 대표. 최근에는 작황이 안 좋아 조수입이 5천만 원 정도였지만, 그래도 국내 과일 중 가장 비싼 과일을 재배하기에 앞으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망고를 생산하면 판로는 걱정 없고 수입산보다도 비싸게 판다는 고 대표. 그에게는 생산비를 왕창 아껴줄 자신만의 장치가 있어 든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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