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 창업열전-전북 순창 동계면 농가맛집 ‘장구목’ 이정순 대표

온갖 자연의 선물에 정성을 보탠 힐링 상차림

▲ 섬진강이 흐르는 장구목 앞에서 생명과 에너지가 듬뿍 담긴 자연밥상을 차리는 이정순 대표.

순창 동계면 장구목의 사계는 한 폭의 수채화로 특히 눈이 살포시 내린 겨울의 장구목은 사색하기 좋은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한다. 이곳에 2010년 농가맛집으로 선정된 ‘장구목’이 있다.

“버스조차 안 다니는 산골 오지라 읍내에 장보러 가기도 힘들고, 그저 사시사철 자연이 주는 선물인 천지에 널린 산야초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그게 약이 되고 귀하고 근사한 상차림이 되었네요.”
생활개선회 동계면 회장을 지낸 이정순 대표는 음식솜씨 못지않게 농가맛집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까지 드러냈다. 대부분의 음식은 특별한 조리법 없이 그저 자연이 준 선물에 정성을 들인 게 고작이지만 그것에 농가맛집 장구목의 특별함이 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던 이정순 대표가 물 맑고 공기 좋은 섬진강 인근에서 한봉을 치는 남편인 유영길 씨를 따라 이곳에 들어온 지 어느덧 28년이 됐다.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시골총각이었던 남편의 매력에 반했고 토종벌을 지키기 위해 사람 손을 타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곳을 찾다보니 장구목에서 머물게 됐다.

순창 장구목은 요강바위로 유명해진 섬진강을 껴안은 계곡이다. 요강 모양으로 생겨서 마을의 명물이던 요강바위가 어느날 깜쪽 같이 사라진 적이 있었다. 매스컴에서 요강바위 도난사건에 관심을 보여 도난당했던 바위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고, 이일로 요강바위가 있는 장구목은 더 유명세를 타게 됐다.
“봄이 되면 산야초의 온갖 퍼레이드가 이곳에 펼쳐져요. 우리집 밥상은 그런 자연을 담아내니 얼마나 자연에 감사한지요.”

▲ 자연의 재료가 귀한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고구마 돌미나리 돗나물 황새냉이 등의 순창산 로컬푸드와 초석잠 장아찌 등 건강밥상으로 근사하게 차려낸 장구목 농가밥상의 겨울 상차림

제철 나물들의 향과 색을 살려 소박한 상을 차릴 뿐인데도 건강을 위한 자연밥상이란 입소문이 퍼져 먼 길 마다않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메인 메뉴인 민물새우탕 역시 섬진강 맑은 물에서 직접 잡은 민물새우를 사용하고 철에 맞춰 잡히는 메기와 빠가사리 매운탕도 섬진강 맑은 물의 선물이다.
장구목의 밥상은 그때그때 계절에 따라 반찬과 메뉴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봄철에 채취해 말리거나 발효시켜 놓은 건나물과 장아찌류가 기본 찬으로 깔린다.

“산과 들에 온갖 산해진미가 다 있어요. 바구니 하나만 들고 나가면 바구니 가득 보물들을 담아오죠.”
식후에는 동백차, 목련차, 생강나무차, 찔레꽃차 등 향에 반하고 맛에 더 빠져드는 각종 차 종류를 대접하며 손님들이 장구목에 머무는 시간을 좀 더 길게 늘려준다.

“음식보다는 문화를 대접한다고 생각해요. 농가맛집으로 큰 돈을 벌지는 못해도 이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는게  더 큰 재산이죠.”
바람도 머물고 싶은 곳인 장구목을 휴식과 안식의 장소로 만들어가는 이정순 대표는 말솜씨도 어느새 장구목의 자연을 닮아 청산유수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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