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와인을 찾아서 - 강원도 삼척 너와마을영농조합

"꾸밈없는 맛과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균형감을 품고
신맛이 과하지 않은 맑은 와인"

▲ 너와마을영농조합의 김덕태 대표

포도보다 알맹이가 작고 색상과 당도, 산도가 높은 머루는 와인을 만드는 좋은 원료가 된다. 국내에서 머루로 와인을 만드는 곳은 전북 무주를 비롯하여 함양, 봉화, 삼척 등지에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소개할 와인은 강원도 삼척에서 생산되는 끌로너와(Clo Neowa)라는 와인이다.

끌로너와를 생산하는 너와마을영농조합이 위치한 곳은 삼척시 도계읍 신리, 삼척이라곤 하지만 태백에 가까이 위치한 산골마을이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여주, 제천 영월, 태백을 지나야 닿을 수 있으니 교통편으로 따지자면 강원도 중에서도 가장 오지라고 볼 수 있다.  태백에서 통리를 지나 427번 지방도를 따라 원덕방면으로 향하면 가곡천변에 위치한 아담한 너와집 한 채가 보인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내로 들어서면 작지만 알찬 양조시설과 병입라인, 전시판매장이 마련돼 있고 토굴형태로 만들어진 와인저장고도 있다.

이곳에서 10년째 와인을 만들고 있는 김덕태 대표는 머루농사와 더불어 이 마을의 발전을 주도해온 최고의 일꾼이다. 산골농부라 소개하기에는 젊고 세련된 감각을 가졌고 그가 빚은 와인 끌로너와도 단단하면서도 투박하지 않다.  

▲ 산도조절에 성공한 머루와인인 끌로너와.

필자가 처음 그를 만난 것은 2009년의 어느 와인시음회였다. 끌로너와 와인을 맛보고는 그 꾸밈없는 맛과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균형감에 놀라 김 대표에게 먼저 인사를 청했었다. 잠시간의 대화만으로도 그가 가진 경험과 기술의 깊이를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머루는 포도에 비해 색이 짙고, 당도와 유기산 함량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높은 산도에서 오는 신맛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면 마시기 매우 불편한 와인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섬세한 산도의 컨트롤이 필요하다. 단언컨대 끌로너와에서 볼 수 있는 신맛의 조절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머루와인 중 최고라고 할만하다. 머루가 주는 짙은 색상과 향미는 살리면서도 냉각침전 기술로 거친 주석산을 제거하여 신맛이 과하지 않고 맑은 와인을 얻어낸다.

와인에 잡냄새가 거의 없는 것에서 위생적인 관리와 양조자의 부지런한 성격도 엿볼 수 있다. 양조장을 방문할 때마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와인은 양조자를 닮는다’는 그 철칙을 이번에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말았다.  

주머니 속에 송곳이 밖으로 비집고 나오듯 끌로너와는 2009년 강원와인품평회 금상, 2012년 우리술품평회 우수상, 2013년 코리아와인어워즈 그랜드골드상 등을 수상하고 대통령 취임식 만찬주로 선택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렸고, 현재는 단맛이 적은 드라이 타입을 주력제품으로, 달콤한 맛의 스위트 타입까지 생산하고 있다.

▲ 너와마을영농조합 전경.

750ml와 500ml 용량으로 판매되며, 와인 이외에도 머루, 매실, 오미자 발효액과 머루와인식초도 등의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와인 생산뿐 아니라 기업창의아이디어사업 등에도 선정되어 기업과 마을을 연계한 관광상품의 개발에 앞장서고 있으며, 양조장 인근에는 너와집과 생태체험장, 민박, 팬션, 식당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이 지역전체가 6차산업의 성공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차고 다채로운 먹거리와 체험거리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셈이다.
추위와 눈으로 덮이는 겨울을 나기 위해 적송(赤松)으로 켠 송판으로 너와를 얹어 집을 지었던 강원도의 산골마을, 요즘 같이 추운 날에는 눈이 무릎까지 쌓인 그곳으로 설피를 신고 찾아가 아늑한 너와집 코클불 아래서 화로에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먹는 상상을 해본다. 토속적인 그 풍경도 끌로너와 머루와인 한잔이라면 스키장 보다 낭만적이고 럭셔리한 풍경으로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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