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금과 김종대 연구사

맛 기호가 변해도 그 민족이 향유했던 맛은
변하지 않는 그 민족 고유의 기호

수년 전 아프리카 케냐에 체류할 때의 일이다. 한국에서 왔냐고 물은 한 케냐인이 ‘한국사람 폴레폴레(pole pole)’라고 했다. ‘폴레폴레’라니 ‘빨리빨리’란 뜻인가 했는데 웬걸, 이는 스와힐리어로 ‘천천히’란 뜻이었다. 정반대의 의미가 비슷하게 들린 것이 신기하면서도 한편 맘이 편치 않았다.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아직도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처럼 비쳐져서다.

사실 한국인의 성질이 급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의 조급함은 농업분야에서도 나타난다. 남보다 빨리 일어나 일하고, 빨리 생산하기 위해 온실에서 재배하고, 빨리 출하하려는 생각에 빨리 크는 종자를 택한다. 그러다보니 딸기는 겨울에 나와서 막상 제철인 봄에는 볼 수가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첫 단추는 꼭 맞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품종 개발은 아기가 탄생하려면 10달을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시간과의 싸움이다. 또, 다양한 교배를 통해 성적을 비교해야 해서 많은 예산이 든다. 축산분야는 더욱 그렇다.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위해 자손을 생산하고 그 자손이 성장해 어른이 돼야만 후대를 낳을 수 있다.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기에 닭의 경우에는 각국에서 유지되던 육종회사가 쇠퇴하고 글로벌 기업이 그 시장을 석권해 전 세계적으로 종자의 종속화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종자를 가지고 있었으나 규모가 적은 이유로 개량 속도가 늦다보니 외국 대기업의 품종에 밀려 결국 문을 닫고 외국에서 종자를 매년 수십 억 원씩 지불하고 수입하고 있다. 만약 악성질병이 발생한다면 산업유지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다행히 종자의 중요성을 인식해 2012년부터는 골든시드프로젝트를 수립해 국산종자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축산분야에서는 돼지와 닭이 포함돼 있고 쌀, 감자, 옥수수, 배추, 고추, 김 등 20개 주요 농수산품목에 대해 기존 연구보다 많은 예산을 지원한다. 연구기간도 3년이 아닌 10년이란 장기목표를 갖고 육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국가기관과 민간기업이 함께 해 그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크다.

사람의 식성은 지속적으로 변하므로 미래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종자를 개발해 준비하는 것이 육종전문가들이 할 일이다. 따라서 육종회사들은 다양한 유전자원을 확보해 소비자의 기호변화에 신속히 대응, 신품종 생산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양한 유전자원을 보유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나 한정된 자본을 활용해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가장 필요한 유전자원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람의 맛에 대한 기호가 변해도 그 민족이 향유했던 맛은 변하지 않는 그 민족 고유의 기호다. 이에 우리의 환경에 적응됐고 우리 입맛에 맞는 우리가 가진 유전자원을 활용한 신품종 개발이 가장 확률이 높다. 골든시드프로젝트에서 많은 결과가 나오고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도록 국민들도 잠시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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