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유럽의 농사는 광대한 토지에서 이뤄져 품을 들이기에는 벅찬다. 이에 이들 나라에서는 일찍부터 농기계 개발에 눈을 떠 기계화농업을 해왔다. 따라서 미주나 유럽은 오래 전부터 밀, 보리 등 맥류 농업은 기계로 씨를 뿌리고 중간에 제초작업으로 흙을 깬 뒤 콤바인으로 수확하는 등 기계 품을 세 번 들이는 농사를 지어왔다.

이들 나라는 땅이 넓은데다가 기계로 농사를 짓는 덕분에 수확량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땅을 놀리지 않는 데에만 관심을 둬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우리보다 크게 저조하다.
이에 비해 한국의 벼농사는 땅이 좁고 기계 없이 농사를 짓다보니 볍씨 파종부터 입에 넣기까지 88번(八十八)의 품을 들어간다고 해서 미작(米作)이라고 불러왔다. 또 그 품을 들이는 각고의 정성을 일러 ‘벼는 주인의 발자국을 소리를 듣고 큰다’고 했다. 과거에 우리 농업인들은 농기계 없이 농사를 짓다보니 모내기, 수확, 탈곡 등 큰 품이 드는 작업을 가족과 이웃간 힘을 모으는 품앗이, 즉 두레농업으로 일궈냈다.

두레농업은 농업노동의 집약이용 뿐만이 아니라 농사정보 교류, 이웃간 유대와 화합을 도모하는 미풍(美風)으로 정착됐다. 하지만 요즘 들어 기계 개발과 보급이 크게 진화되면서 두레농업이 쇠퇴됐다. 특히 우리농업은 여성과 노약자 중심의 농업으로 접어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IT, 관광, 유통,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도시 은퇴자들을 귀농·귀촌시키는 등 농촌혁신을 일으킬 두레농군 투입이 시급하다. 농업은 영원한 생명산업이고, 농촌은 우리의 굳건한 생명터전이다. 농촌이 일어서야 나라가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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