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48)

내 강의를 들었던 김제의 한 농가가 전화를 했다.

“보리밭에 3요소를 주면서 석회를 같이 줘도 되나요?”

보통 2월 중순이면 뿌리의 활동이 시작돼 비료를 주는데 올겨울은 특히 더 따뜻하다 보니 시비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석회는 보리뿐만 아니라 모든 작물에게 꼭 필요한 비료다. 왜냐하면 식물세포의 pH가 7.2정도인데다, 작물이 어떤 성분을 먹던 수소이온(H+)으로 배설하기 때문에 뿌리 주변은 늘 수소이온으로 흥건하다. 그 상태가 계속되면 마치 똥 싼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기처럼 뿌리가 잘 자라지 못한다.

뿌리 주변이 산성이면 수소이온대신 칼륨(K+)을 배설한다. 또한 뿌리주변의 질소가 수시로 탈질된다. 때문에 뿌리가 잘 자라지 못해 줄기와 잎도 잘 자라지 못한다. 줄기와 잎이 잘 자라지 못하면 주인의 지갑이 헐렁해진다. 따라서 석회로 중화시켜 주지 않으면 주인은 아무리 다른 농사기술이 뛰어나도 빚에 쪼들릴 수밖에 없다. 석회를 안 줬다고 빚쟁이가 된다고? 그렇다. 빚쟁이보다 더 심각하게 망하는 농가도 봤다.

산도가 5.5이하로 떨어지면 흙에서 질소가스가 나와 작물도 망가지고 주인은 하우스병에 걸려 병원에 개근해야 한다. 그 때문에 결국은 농사를 접어야 한다. 그래서 석회를 줘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절대로 3요소와 함께 줘서는 안 된다. 다른 비료와 함께 주면 화학작용이 일어나 다른 비료도 손해를 본다. 석회와 질소가 닿으면 갑자기 pH가 7.5이상으로 올라가 암모니아 가스가 돼 공기 중으로 도망친다. 인산과 닿으면 석회의 칼슘은 남자이고 인산은 여자라 자연스럽게 결혼을 한다. 인산고정이 일어난다.

pH7인 중성이상으로 올라가면 잘 녹지 않는 성분으로 변하게 된다. pH7.2가 되면 처음 잘 녹을 때의 양(100g에 인산칼슘 21.9g 용해)에 비해 무려 1/2백만(0.00012g)밖에 안 녹는다. 딸기나 채소의 양액을 만들 때도 칼슘과 인산을 한 그릇에 녹이면 서로 닿는 순간 하얀 앙금이 되어 침전이 일어난다.

그렇다고 어떤 토양에든 석회를 줘서는 안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한꺼번에 10아르 당 200kg 이상 과하게 주거나 pH6.5 이상에서 주면 오히려 문제가 커진다.

때문에 석회만을 요즘 한가한 시기에 미리 줘 산성을 개량한 후 3요소를 주는 것이 가장 좋다. 노지재배에는 매년 적어도 한 번, 하우스 농사에서는 한 작기에 한 번씩 토양검정을 받아서 산도 6.5~7.0에 도달하도록 준다. 요즘 밭 전면에 석회를 뿌려주고 놓아둬도 제가 알아서 흙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수고스럽게 갈이를 해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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