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47)

▲ 두둑과 검정비닐 밑의 지온을 비교해 보는 주인. 검정비닐은 오히려 지온을 낮춰준다.

며칠 전 하우스에서 토경(土耕, 흙에 직접하는 재배)으로 딸기를 재배하는 농가에 갔다. 젊은 농부는 두둑을 높이 올리고 흑색비닐로 피복을 해놓았다.
“왜 흑색비닐로 피복을 했나요”
“겨울 동안 지온을 높이려고요.”
두둑을 올린 것은 지혜로웠지만 흑색비닐 피복은 덜 지혜로웠다.

“맨 두둑 옆구리와 비닐이 덮여 있는 두둑 바닥에 손바닥을 각각 대어보세요. 어떤 쪽이 더 따스한가요?”
“어럽쇼! 옆구리가 더 따스한데요.”
주인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잠깐 스쳐갔다.
겨울옷을 주로 검정색 계통으로 사는 것은 훨씬 더 따스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검정색이면 무조건 더 따스할 것이라고 단정한다. 비닐도 과연 그럴까?

눈 위에 투명비닐과 검정비닐 조각을 각각 올려놓고 보자. 예상과는 달리 투명비닐 쪽에서 먼저 녹는다. 왜 비닐에서는 그런 진리가 안 통할까? 장파장인 햇빛이 투명비닐을 통과하면서 단파장의 열선으로 변하지만, 검정비닐은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지온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뜨린다. 때문에 반드시 겨울농사에는 투명비닐을, 여름에는 검정비닐을 덮어 지온을 낮추고 잡초를 막아 준다.

비닐피복은 매우 많은 장점이 있다. 투명 비닐은 오히려 잡초를 더 많이 나게 하지만, 흑색 비닐은 완전하게 잡초를 억제한다. 비닐은 수분 증발을 억제하고 습해도 막아준다. 뿐만 아니라,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아 장마기의 과습 피해를 막아준다.
비닐피복은 흙의 환경을 보호해 준다. 빗물이 표토를 흐를 때 일어나는 흙의 침식을 막아주는 한편, 흙을 강하게 때리면서 일어나는 흙다짐도 막아준다. 또한 지하로 흘러들어가면서 양분을 녹여서 용탈시키는 것도 막아준다. 이때 떼알조직이던 흙 알갱이를 깨쳐 홑알조직이 되는 것도 막아 엉성한 흙을 유지시켜 준다. 그 결과 통기성을 3배 이상 높여준다.

비닐피복은 참깨의 숙기를 닦여주고 등숙율을 높인다. 2주일이나 빨리 꽃이 피어 7~8월 한창 더울 때 결실을 시작, 8월 하순이면 수확이 가능해진다. 특히 고추와 인삼 등 흙이 튀어 일어나는 역병과 탄저병에 약한 작물에게 매우 좋은 예방효과를 보인다.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비닐피복이 뿌리의 호흡을 방해하고 흙에 남는 비닐을 걱정한다. 그러나 병 발생 억제로 인한 농약사용 줄이기 등 앞서 지적한 여러 가지 장점이 단점을 능가하기 때문에 농사에 비닐을 쓰는 것은 오히려 환경을 보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