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훈 동 시인·칼럼니스트

▲ 김 훈 동 시인·칼럼니스트

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농촌에 활력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염원하면서 농업인들은 ‘새로운 시작과 함께 새로운 기대’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에 따라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반드시 길은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살다보면 마치 길이 없는 것처럼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희망은 언제고 외양간의 지푸라기처럼 어느 구멍으로나 비쳐 들어옵니다. 무슨 폭탄처럼 강력한 울림으로 오지는 않습니다. 희망을 품으면 희망은 가까이 다가옵니다. 희망은 논리가 아니라 믿음이기 때문입니다.

밟히고 짓이겨져도 뿌리만 살아 있으면 따스한 봄볕에 어김없이 잘려진 밑동에서 움을 틔우는 이들이 바로 농업인들입니다. 곁눈질 한번 없이 꿋꿋하게 지켜온 농업·농촌, 그 속에서 질경이보다 더 질긴 삶의 희망을 올 한 해에도 품어야 합니다. 이 세상을 남의 눈으로 살면 좌절감만 생깁니다. 자기 눈으로 살면 독창성(獨創性)이 생겨나고 기회가 늘 있습니다.

우리 농업·농촌문제는 정답은 없어 보이지만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뒤따르고 농업인이 앞장서면 길이 반드시 열릴 것입니다.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도 농업분야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 창출과 창업지원, 농식품 투자플랫폼 시범사업, 신규취농 지원 등에 230억 원의 신규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농촌에 돈을 투자하고 사람을 끌어들여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취지입니다. 농업을 영위하면서 농촌에 살아도 도시 못지않은 풍족한 문화·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고 소득이 보장돼야 활력이 생깁니다.

농촌은 때가 묻지 않은 자연경관이 보존되고 있는 곳입니다. 농촌의 자연은 바로 의사이며 약입니다. 농촌의 현주소와 농업의 가치를 널리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특히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는 더욱 필요합니다. 환경변화와 기후변화로 전 지구는 결국 먹거리 문제에 부딪힐 것입니다. 농업이 결국 세상을 구할 마지막 열쇠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1차 농산물보다는 고부가가치 농식품 개발과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비교우위의 차별화된 농식품산업 육성이 절대과제입니다. 어느 나라고 소비자들은 ‘고품질과 안전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친환경농산물 재배가 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가격보다는 품질, 브랜드, 서비스에 따라 농산물을 구입하는 추세입니다. 경제여건과 소비자의 요구가 전례 없이 변화하는 변혁의 시점입니다. 소비자의 정보가 많아졌다는 점을 농업인들은 직시해야 합니다.

정부 농정당국도 그렇고, 농업관련 연구기관에서도 ‘한국농업의 미래전망과 대응전략’을 내 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예산이고 실천의지입니다. 처방전만 갖고는 환자를 치료할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농업인의 각오와 의지도 한 몫을 합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여전히 우리 농촌이 살기 힘든 곳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 됩니다. 계속해 농산물 생산비를 절감하면서 농산물의 소비를 확대하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병신년, 올 한해에는 우리나라 농업이 국민의식 속에 ‘생명산업, 웰빙산업, 안보산업, 저탄소 녹색성장산업’으로 발돋움하는 산업으로 비쳐지길 바랍니다. 농업·농촌에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절실하기에 그렇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골든타임은 없습니다. 아무리 적절한 대책도 시간이 지체되면 효과가 반감(半減)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기대’는 그냥 얻어지지 않습니다. 희망을 품을 때 가능합니다. 희망은 미래에 대한 믿음입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