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의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초정집서>에 남긴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말이 새롭게 다가오는 세밑이다. 법고창신은 옛것을 거울삼아 변화할 줄 알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면서도 근본을 잃지 않음을 뜻하는 말이다.  

박지원은 법고창신의 예로 한나라의 한신(韓信)장군이 조나라 진격을 위해 물을 등지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결사 항전하여 초나라 군대를 물리친 배수진(背水陣)의 전법을 들었다. 병법에 적과 싸울 때 보통 산을 등지고 싸우라 했는데 왜 병법과 달리 역으로 ‘물을 등지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사지에서 싸우라 했느냐’ 는 물음에 병사들이 살 곳이 있으면 결사항전을 하지 않고 달아나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 말했다.

지금 우리 농업·농촌은 벼랑 끝 위기를 맞고 있다.
FTA 등으로 수입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점령한지 오래다. 농산물 수입은 국내 농산물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풍년이 되어도 농가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우리 농촌에 남아 있는 고령화된 부모 세대들에게 경쟁력을 외처도 개방의 파고를 넘기는 힘겨워 보인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 생명줄을 지고 있는 '농민이 없는 먹거리 생산은 없다’(No Farmer No Food) 그러나 모든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하는 우리 사회에서 농민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포기할 수도 피할 수 없다면 당당히 배수진을 치고 싸워 이겨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급변하는 우리 현실에서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희망새해를 맞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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