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와인을 찾아서 ③경북 영천 ‘We 와이너리’

국내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시리즈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와인생산업자로서 동종업계의 제품들을 소개하려니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와인의 불모지였던 한국의 와인산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지 독자들께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여긴다.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 한국와인대상 레드와인 부문 ‘금상’

“포도 생산자들이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잘 살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보고 싶다”

▲ We 와이너리 박진환 대표.

“We는 우리라는 뜻입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We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경북 영천에 위치한 ‘We 와이너리’의 박진환 대표의 말이다. 이 말 속에 농부이자 양조자로서의 마음과 운영철학이 모두 담겨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금호읍에서 영천방향으로 향하다가 금호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신월리로 들어서면 탑지라는 조그마한 저수지 옆에 깨끗하게 지어진 ‘We 와이너리’가 보인다. 1층은 양조장과 전시판매장으로 들어서있고 2층은 펜션, 마당에는 옛날식 아궁이가 있는 황토방까지 2동이 자리 잡고있다. 와인뿐만이 아니라 힐링도 하고 바베큐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모두 갖추어진 셈이다. 와인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개발하고 거기에 와인 한잔을 곁들여 마실 수 있는 문화를 만들 때 비로소 일반인들이 와인을 자주 접하게 될 것이라는 박 대표의 말을 그대로 실천해 놓은 듯하다.
그래도 필자의 최대관심사는 역시 술인지라 얼른 와인부터 달라고 청하니 시원하게 웃으며 박 대표가 와인을 따라주었다.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맛을 보았다.

박 대표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는 달리 와인의 맛은 세련되고 섬세했다. 특히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은 바디와 오크향의 밸런스가 탁월했다. 설립한지 얼마 안 된 와이너리에서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균형감이었다. 머스캣베일리에이(MBA)라는 품종으로 만들어낸 와인 중에서 이렇게 세련된 오크향을 가진 와인이 또 있었던가. 생식용과 양조용으로 모두 사용되는 MBA품종은 영천 지역의 주력 포도품종으로 캠벨어리 보다는 조금 늦게 수확되는 품종이다. 양조용으로 사용된다고는 하나 향미가 비교적 단순해 와인으로 양조했을 때 복합성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품종이기에 양조자의 피땀 어린 노력이 짐작되고도 남았다.  

문득 박 대표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포도농사를 돕던 소년이 해병대 하사관을 거쳐 샐러리맨, 식당주인, 입시학원원장을 거쳐 와이너리의 대표가 된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금세 날이 저물고 말았다.

영천와인사업단의 와인클러스터사업을 통해 2011년 첫발을 내디딘 ‘We 와이너리’에서는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로제와인, 아이스와인, 프리미엄 레드와인까지 모두 5종류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전시장 벽면에는 각종대회에서 수상한 상장과 사진들이 수두룩하게 걸려있었다. 2013년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주최 품평회에서 동상, 국제대전와인트로피로피 레드와인 부문 은상, 2014년 코리아와인어워즈 레드와인 부문 금상, 아시아와인트로피 화이트와인 부문 금상, 얼마 전 한국와인대상 레드와인 부문 금상까지 화려한 수상내역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여러 업종에 종사했던 경험들이 와이너리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자는 것이 아니라 영천의 품질 좋은 포도로 최상의 와인을 만들어서 포도 생산자들이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박 대표의 이 말은 빈말이 아닌 것은 의용소방대, 로타리클럽, 초등학교 폭력대책위원장, 초·중등학교 동창회임원 등을 맡고 있는 그의 왕성한 사회활동으로도 증명된다.

▲ 김홍철 가평와인스쿨학과장

인생의 성공여부는 에너지에 달려 있다. 한 마디로 모든 사업은 의지와 체력싸움이지 않을까.
‘We 와이너리’와 인접한 7920㎥ 남짓한 포도밭에서는 올해도 좋은 품질의 포도가 주렁주렁 열렸다. 이제는 박 대표 의지와 체력으로 2015년산 포도가 어떤 와인으로 태어날지 기다려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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