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46)

▲ 이슬이 반복적으로 맺히면 배설된 체내의 과잉 염류로 잎가에 허옇게 남아 있고 작물의 생육은 나빠진다.

“하우스 딸기 잎에 이슬이 맺히면 주인의 눈물이 됩니다.”

일전 한 딸기 강의에 이렇게 말하자 갑자기 강의실이 술렁인다. 한 사람이 이의를 단다.

“아닌데요. 그 반댄데요. 아침 하우스에 이슬이 안 맺히면 생육이 왜 떨어졌을까? 걱정이 태산인데요.”

농민들은 작물이 왕성하게 클 때 이슬이 달린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안 맺히면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하단다. 하지만 이슬이 맺히면 며칠 두고 걱정해야한다.

딸기건, 오이건 잎에 이슬이 맺혀 있는 모습은 아름답고 앙증맞다. 초가을 벼 잎에 나란히 맺혀 있는 모습이라니. 이슬을 보면서 누구는 첫사랑의 눈망울을 기억하고, 또 누구는 하늘의 천사를 상상한다. 그러나 이건 오해 중의 오해다.

물은 양분을 녹여 실어 나르는 운반차다. 가물면 덩달아 양분결핍까지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더울 때 잎이 타지 않도록 하는 수냉식 에어컨이 된다. 식물은 끊임없이 잎의 기공과 수공을 통해서 수분을 밖으로 배출한다. 잎가를 따라 이슬이 달리는 바로 그 자리에 있는 수공은 수분은 물론 잉여의 양분까지 배출하는 이를테면 X구멍 역할까지 한다.

보통 때는 나오자마자 기화돼 볼 수 없지만, 기온이 낮거나 습도가 너무 높으면 물방울이 맺힌다. 그러니까 아침에만 이슬이 맺히는 것이 아니라 한낮이라도 하우스 습도가 포화가 되면 맺힌다.

이슬의 앞 얼굴은 천사이지만 뒷얼굴은 악마인 야누스다. 문제는 이슬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스도 좋아한다. 특히 질소 가스는 주인의 코와 수영을 좋아한다. 질소가스라니? 우리가 주는 질소비료다. 없으면 작물이 자라지 않고, 열매도 안 맺힌다. 그래서 언제나 질소 위주로 시비하고 가장 많이 준다. 문제는 질소의 고향이 공기라는 점이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공기 중으로 도망친다.

질소 가스는 수영을 좋아해 이슬 속으로 녹아들어간다. 해가 떠서 이슬이 마르면 잎을 태우고 심하면 바깥쪽으로 국자같이 둥글게 말리게 한다. 그 점을 잘 아는 파프리카 농가는 이슬 자락이 보이면 “이키! 악마가 왔어.”라며 즉시 온풍기를 돌린다.

흙의 pH가 5.5이하로 매우 낮거나, 7.5이상으로 높아도, 전기전도도가 높아도 질소가스가 신나게 탈출해 잎을 망치고 주인을 병원으로 보낸다. 어쨌거나 가스가 없어도 이슬이 달리면 하우스가 과습 하다는 신호라 온갖 병원균이 날뛰고 작물은 신진대사가 떨어져 성장이 더디다. 이슬은 드디어 주인의 눈가에도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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