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농촌진흥청 창조농업 기술개발·보급 우수사례

▲ 난축맛돈.

⑤ 흑돼지 신품종 ‘난축맛돈’ 개발

농촌진흥청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강조하고 있는 농촌의 스마트화와 첨단기술 융복합을 통한 농식품의 부가가치 창출 등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해 기술 개발과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진청은 추진한 사업 중 대내외 설문을 통해 체감 성과가 우수한 ‘기술 개발·보급 베스트 10’을 선정·발표했다. 본지는 이 가운데 6개의 우수사례를 차례로 싣는다.

              글 싣는 순서
•미래 먹을거리 곤충의 식품원료 등록
•농작업 안전·편이장비 개발
•쌀 소비촉진 가공이용·기능성 구명
•생활 속 도시농업 실천기술 개발
•흑돼지 신품종 ‘난축맛돈’ 개발
•6차산업 지원 ‘농산물종합가공센터’ 운영

제주재래돼지·개량종 교배해 맛·산자수 개선
앞다리·뒷다리 등 전체부위 구이로 활용 가능
소비자 입맛 충족…종돈수입 로열티 문제도 해결

국내 종돈산업은 외국의존도가 높다. 더욱이 2010년 하반기에 발생한 구제역 여파로 이듬해에는 15,729마리, 2012년에는 11,043마리의 번식돈이 수입됐으며, 이후로도 매년 수천마리를 수입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2014년부터는 수입종돈뿐만 아니라 수입 후 국내에서 생산된 후대까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이미 유럽에서 수입되고 있는 종돈의 경우, 종돈가격에 두당 평균 100만 원의 로열티가 포함돼 수입되고 있다. 수입가의 35% 정도가 로열티다. 종자주권 확립을 위해 국내 고유의 품종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개발한 ‘난축맛돈’ 품종이 바로 그것이다.

근내지방도 일반돼지의 3~4배

▲ 난축맛돈 등심.

우리의 돼지고기는 대부분 구이용으로 소비된다. 지방이 많아 고소한 식미로 인기를 끄는 삼겹살, 목심, 갈비 부위는 돼지 1마리에서 약 35%밖에 생산되지 않는데, 이 때문에 부족한 선호부위 물량은 매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나머지 65%를 구이용으로 활용하면 수입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텐데, 제주재래돼지를 이용해 개발한 흑돼지 신품종 ‘난축맛돈’이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체 부위를 구이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의 전제조건은 저지방 부위에 근내지방 함량이 최소 7% 이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수입종돈의 경우, 근내지방 함량이 1~2%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사육하고 있는 돼지 품종으로는 전체부위를 구이용으로 활용하는 게 쉽지 않다. 전체 부위를 구이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육질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2013년 개발된 ‘난축맛돈’은 우리나라 토종 제주재래돼지와 난지축산연구소에서 계통을 조성한 ‘한라랜드’를 첨단 분자유전·육종학 기법을 활용해 육질 형질과 검은 털색 유전자를 고정해 만든 품종이다. 제주재래돼지의 장점인 육질과 맛은 살리면서 적은 산자수와 낮은 성장률 등의 단점을 ‘한라랜드’로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난축맛돈’은 근내지방 함량(마블링)이 일반 돼지보다 3~4배 이상 높아 삼겹살, 목살 외에 앞다리와 뒷다리를 포함한 모든 부위를 구이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육질이 우수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는 가고시마 흑돈과 비교해도 육질과 육량 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번식형질 중 산자수의 경우, 제주재래돼지는 6마리 정도에 불과하지만 ‘난축맛돈’은 수입종인 랜드레이스 수준과 비슷한 10마리 정도로, 산자수가 적은 재래돼지의 단점이 많이 보완됐다. 이 같은 특성의 ‘난축맛돈’은 국내 최초로 생축자체가 특허등록됐다.

▲ ‘난축맛돈 개량 전략 세미나와 육질평가회’를 열었다. 이날 ‘난축맛돈’을 맛본 소비자들은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육즙이 풍부해 맛있다”고 호평했다.

향미·연도·다즙성 등 우수
‘난축맛돈’은 개발 단계부터 매년 소비자 기호도 평가를 조사해 개량사업에 반영하면서 개발된 품종이다. 농진청이 일반돼지와 시중유통 흑돼지를 이용해 소비자 평가를 실시한 결과, 육안 검사에서는 비교 대상 품종이 없을 정도로 ‘난축맛돈’이 우수했다. 구이용 부위인 삼겹살, 등심, 뒷다리살을 블라인드 테스트 한 결과, 향미, 연도, 다즙성, 기호성에서 ‘난축맛돈’이 탁월한 평가를 받았다.

부위별 평가에서도 ‘난축맛돈’은 구이용 선호부위와 저지방 부위 간 맛에 있어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등심과 뒷다리살에 대한 근내지방 함량이 8% 이상으로 일반돼지보다 약 4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난축맛돈’ 개발에는 세계최초로 분자육종체계가 도입됐다. 경제성이 낮은 토종 재래돼지와 개량종 간 교배를 통해 재래돼지에서는 고기맛 관련 육질형질과 털색을, 개량종에서는 성장형질과 번식능력 등 경제형질을 조합해 유전자 수준에서 고정된 흑돼지 신품종을 탄생시킨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돼지고기의 육질이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방법이 없었는데, 살아있는 농진청은 개체수준에서 진단하는 원천기술을 세계최초로 개발하고 유전자진단 방법을 특허등록했다.

국가연구개발연구 100선에 선정
‘난축맛돈’ 개발 성과는 여러 차례의 수상을 통해 증명됐다.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선정하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뽑혀 대통령포장을 수상했고, 농진청 최고연구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난축맛돈’은 2013년 제주흑돼지생산자회 내 흑돼지 종돈장에 공급해 대량생산체계를 갖췄다. 지난해부터는 이곳에 보급한 돼지의 후대들이 생산돼 흑돼지 생산농가로 보급이 확대되고 있어 곧 소비자들도 ‘난축맛돈’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난지축산연구소는 매년 100여 마리의 종돈을 지속적으로 보급하고 생산되는 후대에 대한 검정을 통해 개량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난축맛돈’은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는 품종 개발이란 성과와 함께 외국종돈 수입에 따른 로열티 지불 문제 해소, 국내 종돈산업 활성화 등 양돈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농촌진흥청은 전망하고 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