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평식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연구관

▲ 박평식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연구관

일본쌀과 가격경쟁 유리…
여타국과의 품질경쟁 살려
재고쌀 해소 돌파구 마련해야

올해 극심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사상최대의 풍작으로 쌀 창고가 넘쳐나고 있다.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 최근 3년 연속 풍작을 기록하다 보니 재고량이 증가해 가격폭락이 현실로 다가왔다. 소득보전직불제로 어느 정도 보상은 되겠지만, 팔아야 할 물건을 창고에 쌓아둔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쌀 소비촉진 캠페인도 하고 쌀빵, 쌀국수, 쌀피자 등 가공식품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지만,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그동안 쌀 관세화에 대비해 조심스럽게 수출시장을 개척해 왔지만, 가격경쟁력이 약해 연간 2천여 톤을 수출하면서도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검역문제로 걸림돌이 돼왔던 중국과의 협상이 타결돼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aT센터에서 열렸던 대중국 쌀 수출 확대를 위한 심포지엄에 많은 사람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여줬고, 대중국 수출용 쌀 가공업체 선정에도 기대 이상으로 많은 업체가 신청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우리 쌀 수출은 2009년 4천500톤까지 늘어나다 물류비 지원중단 등으로 물량은 정체됐으나 수출국은 40여개 국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동안 정부는 농식품 수출진흥을 핵심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지만, 쌀에 대해서는 관세화유예 상태여서 적극적인 대책이 없었다. 인삼제품 등에 대한 수출전략이나 해외 시장조사가 활발히 이뤄진 것에 반해 쌀에 대해서는 수출에 대한 지원정책이나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필자는 최근 우리 쌀이 꾸준히 수출되고 있는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홍콩 시장의 쌀 유통실태를 조사한 경험이 있다. 아직까지는 교민시장 중심이고, 미국과 호주 쌀과의 가격경쟁에서 불리한 여건이긴 하지만, 품질 측면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시장별 맞춤형 접근전략을 세우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수출용 쌀 생산단지를 통한 생산비 절감과 수출전

그동안 호주와 미국, 홍콩과 말레이시아 등 쌀 수출시장 개척단계에서 얻은 노하우를 최대한 살리면서, 중국시장의 계층별 수요를 잘 파악해 적절한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쌀을 생산하면서도 쌀이 부족해 2010년 이후 쌀 수입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식품사업을 하고 있는 한 CEO도 심포지엄에서 중국인의 밥 습관과 문화를 소개하면서 한국 쌀의 중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은 호흡이 긴 나라이므로 성급하게 덤비면 실패하기 쉬우니, 긴 안목으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쌀의 대중국 수출 개시를 위해서는 훈증소독 기준에 대한 당국간 협의, 국내 관련 규정 제정, 수출 가공공장 선정 후 중국측 검역관의 현지실사, 중국 질검총국 홈페이지 공고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철저하게 준비해 중국시장에서 일본쌀과의 가격경쟁에 유리한 점을 살리고, 여타국과 품질경쟁 우위를 살려 남아도는 우리 쌀의 재고 해소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됐으면 좋겠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는데, 새로운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로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 우리 쌀 산업의 새로운 활로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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