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와인을 찾아서 ①그랑꼬또 (Grand Coteau)와인

▲ 대부도의 명소가 된 그랑꼬또 와이너리 전경.

작년 여름부터 기고해온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가 어느덧 30회를 넘어섰다. 와인에 대한 기초적인 이야기는 웬만큼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와인생산업자로서 동종업계의 제품들을 소개하려니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와인의 불모지였던 한국의 와인산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지 독자들께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여긴다.

그랑꼬또는 익숙한 포도향기 덕분에
한국인의 입에 잘 맞고, 특히 한식요리와 어울려

좋은 와인이 갖추어야할 기본요소를 들자면 색, 맛, 향, 균형감 등을 들 수 있겠지만 이와 더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정체성이다. 다른 와인에는 없는 그 와인만의 독특한 무엇인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소개할 그랑꼬또라는 와인은 그야말로 정체성의 결정체라고 할 만하다. 지난 8월에 있었던 광명와인페스티벌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사에서 종이에 감싼 채로 놓여진 100여 병의 와인들을 맛보면서 어렵지 않게 두 가지의 그랑꼬또 와인을 골라낼 수 있었다. 필자의 입맛이 예민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그랑꼬또는 독특한 향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전쯤이던가. 그랑꼬또를 만드는 김지원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첫인상부터 사람냄새가 났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동네 형님처럼 푸근한 인상에 입담까지 좋은 그와 친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같이 와인을 만드는 입장이라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성격이 맞아떨어졌던 모양이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부인 박영화씨의 환한 웃음은 마치 활짝 핀 꽃을 연상하게 했다. 얼굴에 늘 웃음과 자신감이 배어 있는 그 부부가 만드는 와인의 이름은 ‘그랑꼬또’. 불어로 큰 언덕이라는 뜻이다. 대부도(大阜島)의 의미 그대로인 셈이다.

포도 품종은 우리 입맛에 익숙한 캠벨얼리(Campbell early)이다. 색상이나 당도가 부족하여 와인양조용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랑꼬또는 절묘한 균형감을 자랑한다. 익숙한 포도향기 덕분에 한국인의 입에 잘 맞고, 특히 한식요리와 잘 어울린다. 화이트, 레드, 로제, 아이스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데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이 없다. 특히 M56이라는 로제와인은 한 구획의 한정된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로만 따로 양조해 만드는 제품으로 제품들 중 으뜸이라 할 만하다. 특징을 표현하자면 달콤한 향기로 시작되어 뒷맛은 드라이해서 식욕을 해치지 않는 느낌이다. 약간 스위트하면서 약한 탄산이 느껴지는 M5610이라는 제품도 있다. 술을 많이 즐기지 않는 분이라면 M5610을 권하고 싶다.

그랑꼬또 와인이 생산되는 그린영농조합법인은 2001년에 주류면허를 취득해 약 14년 동안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농민생산자단체이다. 여럿이 모인 단체이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리라. 어떨 때는 조합원의 분분한 의견에 배가 산으로 가기도 했을 것인데 그 속에서 와인의 품질만은 무던히도 잘 지켜온 김지원·박영화 대표 부부의 노고가 새삼 존경스럽다.

품질을 지키면 기회는 온다는 말처럼 2009년에는 깨끗한 현대식 와인공장도 신축했고, 멋진 시음장과 전시판매장도 꾸몄다. 그리고 2014년, 2015년에는 아시안 와인트로피에서 M56이 은상을 수상하고 미군부대 내에 있는 드래곤힐호텔에 와인을 납품하는 작은 결실도 있었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이 한국와인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김홍철 가평와인스쿨학과장

지금도 그랑꼬또의 성장은 멈추지 않고 있다.  김 대표 부부의 아들과 딸도 와인 전문가 수업을 받고 현업에 매진 중인 것을 보며 벌써부터 그랑꼬또 10년 후의 그랑꼬또가 기대된다.  그때를 기대하면서 올 겨울에는 필자도 직접 만든 와인을 가지고 가족들과 함께 그랑꼬또 와이너리로 놀러갈 계획이다. 서로 바꿔 마시기도하고 허물없이 조언도 듣고 싶다.  
김지원 대표의 익살스런 웃음과 그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날이다.
“와이너리 주인은 인상이 나쁘면 안돼. 아니 나쁠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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