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43)

봄 가뭄 대비하려면…
물 가두는 것이 최선이고
천지에 뒹구는 낙엽으로
퇴비 만들어 흙속에 넣어야


옛 어른들은 “하루의 성패는 아침에 있고, 농사의 성패는 봄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봄에 부지런을 떨어야 그 해의 농사 잘된다는 말씀이다. 이에 대해 토양학자인 나는 좀 다른 생각이다. 물론 하루의 성패는 아침에 있지만, 농사의 성패는 봄이 아니라 ‘가을’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을은 농사에 정말로 중요한 계절이다. 이듬해 농사의 성패는 가을에 어떻게 흙을 개량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추수를 끝낸 흙은 마치 처절한 전장에서 돌아온 군인같이 만신창이다. 완전히 고갈된 성분이 있는가 하면, 주인이 마구 먹여 배터지게 많은 성분도 있다. 그러나 어떤 땅과 흙이든 공통적인 문제가 딱 두 가지, 없어진 성분과 늘어난 성분이다. 전자는 유기물이고 후자는 수소이온(H+)이다. 후자의 경우는 개량이 간단하다. 밭에는 석회를 주고, 논에는 규산질비료를 주면 된다.

가을은 낙엽귀근(落葉歸根)의 계절, 떨어진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는 계절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과학이 숨어 있다. 떨어진 낙엽이 흙에서 분해돼 그 속의 양분이 다시 흡수되는 ‘순환의 과학’이 그 하나. 다른 하나는 가을 잎에 들어 있던 양분 중, 중요한 양분은 회수돼 줄기를 통해 뿌리에 저장됐다가 다음 해에 쓰이게 되는 ‘저장의 과학’이다.

숲은 비료를 전혀 주지 않아도 나무와 풀들이 그럭저럭 자란다. 왜냐하면 지난 수십, 수백 년 동안 낙엽이 쌓여 뿌리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순환의 과학’과 ‘저장의 과학’이 모두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밭과 과수원은 어떤가? 지난 수십, 수백 년 동안 낙엽이 모두 바람에 날려 흙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순환의 과학’이 농토에서는 끊긴 것이다. 농사가 잘 될 리 없다. 이점을 간파한 우리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열심히 퇴비를 만들어 넣으셨다.

요즘 우리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화학비료 때문이다. 화학비료는 상당량의 수량을 보장한다. 그러다 보니 퇴비를 무시한다. 낙엽, 즉 유기물이 적은 흙은 원기를 잃은 중병환자같이 가벼운 가뭄이나 재해에도 타격이 크다.

유기물은 왜 중요할까? 앞서 말한(본보 11월 16일자) 효과 말고 더 있다. 『아나 마리아 스파냐』는 그가 쓴 ‘세상의 종말에도 무너지지 않는 100가지 삶의 지혜’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토양 내 유기물을 1%에서 5%까지 올리면 식물뿌리 층의 수분 저장량이 10아르에서 15톤에서 88톤, 즉 유기물 함량이 1% 올리면 약 18톤씩의 물이 더 저장된다고 한다. 이는 비가 18㎜ 내린 효과이며 4%를 높이면 73㎜나 내린 폭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올 가뭄은 내년 봄 가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 때문에 수분 부족에 미리 대처해야 한다. 논에서는 물을 가두는 것이 최선이고, 밭에서는 천지에 뒹구는 낙엽으로 퇴비를 만들어 흙속에 넣는 것이다. 때문에 다음 연재에는 낙엽 등으로 퇴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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