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

감귤품질․가격 유지 위해 철저한 감시
조생종 본격 출하되면 소비 증가할 것
2020년까지 국산 품종 24개 추가 개발

“대한민국 농업, 특히 제주감귤도 위기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은 물론, 수입과일이나 경쟁과일과의 품질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식생활 패턴도 바뀌면서 과거 대접받던 국민과일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활로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제주도는 농가, 행정, 생산자․유통조직 등이 정확한 역할분담을 통해 감귤 적정생산과 고품질화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6일 제주국제감귤박람회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농업전문지 기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감귤의 현 상황을 설명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 같이 피력했다.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고, 살아남은 자만이 강한 것이라는 절대운명적인 각오로 제주감귤이 제주농업의 활로를 찾아가겠다”고 강조하는 원희룡 지사에게서 제주 감귤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제주도의 감귤 생산․소비 동향에 대해 말해 달라.
전박적인 경제 불황에 따른 소비 둔화와 사과․배 등 국산 과일이 풍작이고 당도가 높아 아직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오렌지 등 수입과일이 매년 70만 톤이 들어오고, 하우스딸기가 소비자 입맛을 끌어 모으고 있어 감귤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출하초기에 일부 얌체 선과장에서 불량감귤을 유통시켜 가격 하락을 부추겼는데, 공무원과 농업인단체가 함께 특별단속을 펼쳐 비상품감귤은 도매시장에서 반송조치하고, 2회 이상 적발되면 선과장 문을 닫게 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달부터 맛이 좋은 조생감귤이 본격 출하되면 감귤 소비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15일까지 열리는 제주국제감귤박람회와 다음 달 있을 감귤데이 선포식 행사 등을 통해 제주감귤 소비 홍보를 중점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감귤 유통단계는 어떻게 되나?
19개 농협과 감귤농협, 상인단체 등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나 도매시장으로 출하하고 있다. 도매시장에 출하된 감귤은 경매과정에서 중도매인에게 판매가 이뤄지고, 중도매인에게 유통된 감귤은 다시 각 지역의 소매상 등을 통해 소비자를 찾아가게 된다.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6~7단계를 거쳐 유통되고 있는데, 이를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 프리미엄 상품은 차별화해 농감협이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직거래를 하고, 홈페이지나 SNS 등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를 연결하고 있다.

-감귤 출하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따라 감귤선과장에 있는 품질검사원이 품질 검사를 하고, 출하연합회장에게 신고 후 출하하고 있다. 도내 공항과 항만에 감귤출하연합회에서 출하신고소를 설치하고, 각 단체별로 출하하는 감귤에 대한 출하신고를 받고 출하물량에 대해 산출을 하고 있다. 또한 도내 420여 곳의 감귤선과장에는 일정한 품질검사 교육을 이수한 1~2명의 품질검사원을 두고 선과장에서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도내 선과장에 대해서는 행정지도와 단속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감귤만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감귤혁신 5개년 추진계획’을 발표했는데, 주요 내용과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방안은?
제주감귤산업이 미래성장 동력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8월3일, 4대분야 8대 핵심과제 73개 사업에 5948억 원을 투자하는 ‘감귤혁신 5개년 추진계획’을 내놨다. 5월부터 7월까지 80여 일 간 마을단위 농가설명회와 농업인단체, 감귤전문가 등과 심도 있는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고, 농가의 작은 의견도 소홀함 없이 정책에 반영했다.

주요내용을 보면 첫째, 행정기관 주도의 정책과 지원에서 생산자단체 자구 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역할 분담, 조직화를 중점 추진한다. 둘째, 소비시장 규모에 맞게 감귤을 적정 생산하고 영세․소농․고령농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별도 예산 배정 등 여건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조직별 경쟁구도에서 소규모 선과장 통합과 거점APC 계통출하 확대로 시장교섭력을 강화할 계회이다. 넷째, 단순홍보를 지양하고 기획 이벤트를 통한 소비 확대와 연합마케팅사업단 중심의 새로운 시장 개척에 노력할 방침이다.

합의와 소통을 통해 만든 감귤혁신계획이 성공되려면 감귤농가와 생산자단체, 행정이 모두 뼈를 깎는 심정으로 각자 맡은 분야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다 같이 혁신에 동참해야 한다. 결국 그런 노력들이 고품질감귤이라는 성과로 나타날 때 소비자들이 제주감귤을 찾을 것이다.

-감귤산업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식품가공이 필수적인데….
감귤 가공식품은 주로 생감귤즙을 이용한 주스가 주류였지만, 가공식품 기술 연구개발 등을 통해 감귤파이,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활용범위를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한국식품연구원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가공업체들의 기술력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려고 한다. 기술지원 협력 등으로 새로운 가공기술이 접목되면 감귤을 가공한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제품생산도 중요하지만 판매 전략도 그에 못지않기 때문에 유통을 활성화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이겠다.

-한라봉 등 고부가가치 품종은 대부분 일본 품종인데, 별도의 육종 계획은?
제주에서 감귤 육종은 1991년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가 설립되면서 본격화됐는데, 20여 년간 매년 새로운 품종이 개발돼 현재 24개 품종이 개발됐다.

일본은 육종연구를 시작한 지 100년이 넘어 200품종 이상을 만들었다. 감귤 육종은 15년 이상 걸린다. 청견 품종은 32년, 흥진조생은 23년, 레드향은 17년이 걸렸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에서는 지난 2011년 감귤육종센터를 설치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육종연구를 시작해 상도조생, 써니트, 인자조생 등 3개 품종을 만들었는데, 제주에서 최근 개발한 품종을 농가에 조기에 보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감귤연구소와 협력하면서 국가 골든씨드프로젝트에 참여해 2020년까지 추가로 24개 품종을 개발하고, 국산 품종 보급을 확대해 우리 품종의 점유율을 높여나가는데 힘쓰겠다.

-시장개방, 기후변화 등의 환경변화로 제주 감귤산업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데, 가공식품과 문화관광산업과의 접목 등 시장공략 방안은?
제주에서 감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감귤 생사에 따라 제주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최근 수입과일의 증가, 딸기 등 타 과일과의 경쟁으로 감귤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생산농가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하겠지만 적정가격을 받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제주도에서는 올해를 감귤혁신 원년으로 삼아 감귤혁신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감귤의 우수한 기능성을 활용한 제품 개발을 위해 덜 익은 감귤을 활용한 음료 개발, 감귤 진피차, 감귤 오일을 활용한 고기능성 제품 개발 등 감귤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제주국제감귤박람회에서는 감귤농가, 제주도민, 관광객을 비롯한 국내외 바이어들에게 풍성한 문화공연부터 다양한 체험, 전시, 포럼, 컨퍼런스 행사 등을 선보였다. 이제 제주감귤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소재로서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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