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김욱한 수확후이용과장

가양주 양조기술 사라질 위기
우리 민족은 쌀로 술을 빚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농사철에 새참으로 쌀 막걸리를 마시고, 집안에 경사가 있으면 쌀 동동주로 잔치를 벌였다. 정성 들여 빚은 맑은 쌀 술로 제사를 모셨고, 술상도 차려 손님을 대접했다. 그러면서 집안마다 여인네의 손을 통해 술 빚는 기술이 이어져 내려왔다. 쌀로 술을 빚는 일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통문화가 됐다. 그러나 1960년 대 이후 산업화 물결에 의한 가정생활의 변화는 전통문화에도 크게 영향을 줬다. 또 식량 부족으로 인해 쌀 술 빚는 일을 단속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집집마다 이어온 술맛이 사라져가고 있다. 술 빚는 기술이 아직 남아있는 농촌인구도 급격히 줄고 있다. 게다가 농촌인구의 노령화로 그나마 남아있는 기술마저 사라질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노령화된 농촌에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종종 들을 수 있다. ‘농촌에 노인이 많은 것이 어때서’라고 말이다. 아직도 수많은 전통 기술들이 농촌에 살아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 중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집안마다 내려온 술 빚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분명히 희망적인 부분이다.

전통 쌀 술 복원은 다양한 효과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들은 대부분 그들만의 고유 술 문화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위스키와 러시아의 보드카는 잘 알려진 그들의 전통 술 문화다. 프랑스의 음식과 어우러진 코냑과 포도주 문화도 그렇다, 라틴 음악과 어우러진 럼주 문화도 빼 놓을 수 없다. 또 이웃나라 중국의 고량주 문화라든지 일본의 사케 문화가 좋은 예다. 우리도 유구한 역사와 함께 고유의 쌀 술 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그 중 쌀 막걸리는 지금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우리 술이다.

쌀로 빚은 술 중심의 우리 술 소비문화를 되찾아야 한다. 최근 수십 년 간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쌀이 남는다고 야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 술을 되살리는 일은 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쌀 한말이면 술이 한말’이란 옛말이 있다. 매년 막걸리와 소주의 국내 소비량은 수 억병 내지 수십 억병에 이른다. 쌀 술로 대체할 수 있는 술 소비량이 엄청난 것이다. 더 나아가서 쌀 술 산업을 통해 세계시장도 개척해나가야 한다.

쌀 술 문화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직업 중에 와인 소믈리에가 있다. 우리도 한식 문화와 연계한 전통주 소믈리에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전문 직업으로써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쌀 술 문화 일구는 것은 의무
쌀로 빚은 고유의 술을 되살려 민족문화와 결합된 전통주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더 늦기 전에 전통 쌀 술 기술을 체계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우리 쌀 술 소비문화를 되찾는 것은 전통주 문화를 육성하는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쌀을 이용한 양조산업을 확대하면 쌀이 남아도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쌀 생산량을 줄일 필요도 없다. 쌀 술 문화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쌀로 만든 전통 술 문화를 후손들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한다. 더 나아가 세계 최고 품질의 쌀 품종을 개발한 국민저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쌀 술도 개발해야 한다. 세계 속의 우뚝 선 한국 전통주 문화를 일구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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