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문화는 농업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농업인이 생활 속에서
마음껏 즐기고 맛보기 위해서
농업인 스스로 정체성과
꿈을 찾을 수 있는
문화를 적극 향유할 수 있어야
"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누구나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정한 날이다. 이날 하루는 영화관을 비롯해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 주요 문화시설을 이용할 때 무료거나 할인 혜택을 받는다. 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그저 돈만 많다고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니다. 이젠, 농업인도 품격 있는 농촌사회를 이루어 가기 위해서 문화와 예술이 활짝 꽃피우도록 가꾸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민을 위한 ‘문화가 있는 날’은 비교적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농업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도시는 문화와 예술이 연중무휴(年中無休) 콸콸 이어진다. 농촌은 1년 내내 문화에 목이 마르다. 그만큼 문화격차가 크다. 함께 즐겨야 한다.

문화융성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문화를 통한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과 국민 행복의 고취에 있다. 농업인에게도 ‘문화 가치’가 우리 일상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더 큰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 연구기관의 ‘문화복지 인식과 수요조사’에 따르면, 문화 향유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에 대한 관람과 참여가 어려운 집단이 저소득층, 농어촌지역주민, 장애인, 노인, 육아중인 여성 순으로 나타났다.

오는 11월11일은 스무 번째 맞는 ‘농업인의 날’이다. 수입자유화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 농업인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다. 이날 농업인들도 농촌의 일상 속에서 전통문화와 문화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질 필요가 있다. 요즈음 농촌의 가치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농촌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방송콘텐츠가 부쩍 늘고 있기에 그렇다. 농업인의 삶을 통해 자연, 느낌, 여유, 웃음, 나눔 등의 가치를 체험한다. 농촌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흐름은 비단 문화콘텐츠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물질적 부(富)와 성과를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이제 농촌은 ‘떠나야 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대안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농촌은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삶의 환경을 갖고 있다. 농촌은 예술가들의 창작소재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창작공간, 정주(定住)공간이 되고 있다. 하지만 농촌은 여전히 예술자원이 취약하다. 농촌의 가치는 문화를 통해 의미가 해석되고 공유돼야 한다. 농업의 6차 산업화 전략은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 특산품 제조, 가공(2차 산업) 및 유통, 판매, 문화, 체험, 관광서비스(3차 산업) 등을 연계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농업전략이 문화와 접목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문화정책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유의 문화가 돼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 적 성격을 가져도 안 된다. 문화는 농업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문화·예술을 즐길 수 없는 소외계층이 없도록 ‘문화가 있는 날’이 운영돼야 한다. 농업인이 생활 속에서 마음껏 즐기고 맛보기 위해서는 농업인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과 꿈을 찾을 수 있는 문화를 적극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창조력과 상상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문화활동의 장(場)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농업인이 ‘누리고 싶고, 하고 싶어 하는’ 문화·예술을 직접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나눔과 공유의 문화가 돼야 한다. 국정기조의 하나인 문화융성의 시대에 ‘문화가 있는 날’이 농업인에게도 내실 있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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