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진흥청 강항원 생산기술개발과장

주곡 수준의 정책지원과
현장체감형 연구개발로
생산성․경쟁력 높이면
미래성장산업이 될 것

FTA로 인해 수입개방이 가속화되고 있고 우리나라 밭작물이 수입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 생산 확대에 어려움이 있지만 최근 밭작물의 소득이 벼농사를 앞지르면서 우리 농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특히 두류, 잡곡과 같은 밭작물은 주곡작물에 결핍되기 쉬운 영양성분과 기능성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건강식품에 대한 소비욕구에 적합한 작물로 인식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밭농업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이 수립돼 추진되고 있고, 밭작물 품종개발과 기계화 기술 개발 등 농가 현장에 꼭 필요한 연구분야가 확대되는 것도 밭농업의 비전을 밝게 해주는 대목이다.

콩, 잡곡, 유지작물의 자급률은 29.3%(2013년 기준)로 쌀이 95.7%(2014년)인데 비해 턱없이 낮다. 60~70년대 쌀을 중심으로 한 식량증산정책의 배경 하에서 안타깝게도 밭농업의 여건과 생산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2000년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있는 곡물가격 상승과 국제수급 불안정 속에서 밭작물의 자급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다 재배규모가 매우 영세해 콩의 경우 호당 평균 0.18㏊로 0.5㏊미만의 소규모 농가가 전체의 96%를 차지한다. 또한 밭 경작지의 대부분이 중산간지에 분포돼 있어 논농업에 비해 기반조성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그러다 보니 기계화율도 논농업이 98%인데 비해 밭농업은 56%에 불과하다.

최근 밭농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밭 생산기반 정비, 논 범용화, 기계화, 주산단지 조성 등 밭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많은 정책들이 추진돼 왔다. R&D분야에서도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밭작물에 대한 품종과 신기술 개발·보급, 식량작물 6차산업화 등 밭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기술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논에 밭작물을 쉽게 재배할 수 있도록 습해를 줄여주는 재배기술이나 한발, 태풍과 같은 기상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갈수록 고령화되는 농촌현실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열쇠는 바로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 그 동안 밭농업에서 취약한 분야였던 파종과 정식, 수확기 개발과 함께 기계화 맞춤형 표준재배기술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 밖에도 기계화 재배에 적합한 품종개발, 친환경적인 병해충 방제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ICT기술을 밭에 접목해 물관리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노력절감과 고품질 안정생산으로 밭작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TA 체결로 인해 우리나라 밭농업은 식량안보와 건강한 먹거리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보유하는 일이다. 주곡작물 수준의 농업기술 개발과 빠른 보급, 기반조성과 정책적 지원 확대, 1차산업을 뛰어넘는 부가가치 산업화 기술 등 농산업 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농업R&D를 통해 밭농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다면 밭농업이야말로 우리농업의 중요한 미래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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