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진흥청 재해예방공학과 김영진 연구사

빗물 효율적으로
모으고 저장한다면
밭작물 가뭄 해결에 도움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온 나라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댐 등 주요 저수시설의 저수율은 평년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특히 충남과 전북지역의 저수율이 크게 낮아 내년 물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많은 전문가가 국가 차원의 미래지향적이고 근본적인 물부족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기술적 대안들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늘 ‘절수와 효율적인 사용’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뿐이다. 이는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한정된 상황에서 핵심적인 해결책 중 하나지만, 우리 밭농업의 경우에는 아껴 쓰기 이전에 우선 필요한 최소한의 물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농업용 수리시설은 대부분 논에 물을 대는 데 집중돼 있다. 사용 가능한 수자원 중 약 40%를 차지하는 것이 농업용수이며, 이들 대부분인 약 83%는 논에 공급되고 있다. 이러한 관개시설 덕분에 지난 2012년 가뭄에서도 벼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밭작물은 적지 않은 생산량 감소 피해를 입었다. 밭은 논과 달리 관개시설의 보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밭에 댈 물은 어디에서 찾아 어떻게 모아야 하나? 논과 같이 대규모 저수지 또는 관정과 관개 수로를 설치하면 되지 않을까? 이것이 가능하다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밭은 영농 특성, 지리적, 경제적 여건상 논과 같은 중앙집중식 대규모 관개시설의 보급이 매우 어렵다. 경지면적이 1㏊ 미만인 농가가 전체의 약 64% 정도며, 이들도 더 작은 면적으로 나뉘어 산재한 경우가 많아 대규모 관개시설 보급을 통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시장과 농업 여건 변화에 따라 재배작물이 매년 바뀌거나, 심지어 어떤 경우는 일시적으로 영농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영농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고 농업인 개개인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용․관리할 수 있는 관개 기술이 요구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기술로 빗물 활용 기술이 하나의 해결책이다.

빗물을 용수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빗물을 모으는 기술, 저장하는 기술, 급수 기술이 요구된다. 빗물을 모으고 저장하는 기술은 주로 원예분야에서 시설하우스의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서 저장하는 기술이 보급되고 있다. 급수 기술은 절수가 가능한 점적관수, 스프링클러 등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도 밭농업 관개시설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 빗물 활용 기술들을 응용해 융합한다면 노지 밭작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5월 이전에 내리는 적은 양의 비라도 효율적으로 모으고, 저장해 둘 수 있다면, 강우량이 부족한 특정 기간 동안 작물 생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 기후와 영농여건에 따라 큰 차이가 있겠으나, 25㎜ 강우만으로도 밭에 인접한 배수로를 통해 시간당 7톤의 빗물을 모을 수 있는 경우도 확인됐다. 밭농사 관개를 위한 빗물 활용 기술이 향후 지속적으로 연구된다면, 물이 부족한 시기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수자원 확보기술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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