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농산물 직거래 콘테스트 기타부문 장려상 - 어룡농원
>>직접 배를 따고 포장하고, 배를 싣고 돌아간 소비자들은
어김없이 어룡농장의 충성고객이 된다.
명절 때면 선물용 배를 구입하고 주변 지인들을 또 소개한다.
귀농 3년차인 이상열씨의 어룡농원은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어룡리에 있다. 마을 이름을 따서 어룡농원인 이곳은, 의사였던 이상열씨의 조부가 땅을 일구고 약대를 나온 부친이 과수농사를 짓던 땅이다. 과수원의 크기가 47,771㎡(약 1만4천평), 그곳에 1000주의 신고배와 감천배가 열매를 맺고 있다.
어룡농원이 있는 천안의 북쪽 끝자락 성환은 예로부터 배 주산지로 이름 높은 지역이다. 가장 젊은 농군이 70대일 정도로 고령화된 이곳에 새삼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이는 초보 농군 이상열 대표.
귀농 아닌 농업 창업을 실행
이상열씨는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19년을 근무한 샐러리맨이었다. 그가 다니던 건설회사가 갑자기 법정관리 위기에 몰렸고 와병 중이던 선친께서 돌아가셨다. 그는 아내에게 퇴직금을 1년 치 생활비로 건네고 농업창업을 준비했다. MBC귀농아카데미, 수원도시농부학교, 농촌진흥청 엘리트귀농대학 등 그가 이수한 귀농교육이 1,000시간이 넘었다. 그러나 농사짓는 법이나 시골 적응 훈련이 대부분인 귀농교육은 농작물을 생산해 수익을 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강의하지 않았다.
그는 수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배나무 분양을 구상했다. 건설회사에서 20년 동안 마케팅과 분양 업무를 맡아 했던 경험이 그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다. 아파트 분양 경험을 살려 분양 계약서를 만들고 수확 보증과 사이버 영농일지 등도 꼼꼼히 준비했다.
첫 해 목표는 150주였다. 배나무 1주당 100개 내외의 배, 7.5kg 8박스를 1년 수확량으로 제시했다. 천재지변 등에도 5박스 이상은 보장하겠다고 했다. 사이버와 오프라인을 오가며 열심히 홍보한 덕에 목표치 150주를 모두 분양했다. 그루당 30만원씩 4500만원의 수입이 들어왔다. 다음해의 목표치인 175주, 그 다음해 250주도 무난히 달성했다.
팜파티로 배나무 시집보내기
배꽃이 피는 4월, 배나무 가족들은 농장을 찾아와 흐드러지게 핀 배꽃 사이에서 파티를 연다. 어룡농원 팜파티이다. 팜파티는 이름표 그리기, 인공수분 체험하기, 과수원둘레길 걷기, 바비큐 체험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이상열씨는 수분을 ‘배나무 시집보내기’라고 불렀다. 팜파티는 수확철에 한번 더 열린다. 가을 팜파티를 위해 어룡농원을 찾는 사람들은 300~400명. 대부분 배나무를 분양받은 가족들이다. 그들은 직접 배를 따고 포장하고, 배를 싣고 돌아간다. 이들은 어김없이 어룡농장의 충성고객이 된다. 명절때면 선물용 배를 구입하고 주변 지인들을 또 다른 농장주로 소개한다.
그는 매일 수원에서 성환까지 하루 세시간씩 전철로 출퇴근을 한다. 그 통근 시간이 그가 사이버 농사를 짓는 시간이다. 농사짓는 과정, 농작물 출하 사진, 소소한 일상까지 SNS에 올리며 분양 가족들과 소통한다. 인터넷으로 농사를 짓고 오프라인으로 마케팅을 병행하는 소셜농업이 그의 성공열쇠인 셈이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농장을 맡아오던 관리인이 그만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힘을 쏟아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관리인은 농사를 짓고 자신은 관리와 경영을 하겠다는 것. 그는 “농업에도 경영마인드로 분업화와 특화를 통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 말한다.
어른 주먹 두 배만한 크기의 달고 시원한 감천과 신고 배를 주로 생산하는 이 곳의 배는 별칭도 남다르다. 비거리를 배로 늘려준다는 ‘골프배’, 합격과 건강을 기원하는 ‘소원배’, 도시의 아이들에게 시골 외갓집 맛을 보여주겠다는 ‘외할머니 배’도 있다. 똑같은 배지만 저마다 담긴 사연이 다르다. 톡톡 튀는 작명과 아이디어는 모두 이상열 대표의 아이디어다. 그는 수십년 경력의 다른 농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이런 스토리텔링을 구상했다.
이상열 씨가 이곳에 오기 전 어룡농원 매출은 나무 200주 기준 약 5천만원이었다. 인건비와 포장ㆍ운반비를 제외하면 겨우 3천만원 전후. 이상열씨는 여기에 배나무 선분양한 소득과 직거래를 통한 명절 추가 구매, 인공수분과 포장비, 운반비 절감을 더해 1억6800만원 정도의 소득을 냈다. 부가가치가 약 1억3500만원에 달한다.
(문의. 010-6488-4900, 네이버카페 cafe.naver.com/pearhi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