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대한민국 최고의 6차산업, 여성도 할 수 있다⑥

▲ 편백제품 판매장에서 편백 도마를 들고 포즈를 취한 김진환 대표.

농업의 6차산업화는 FTA의 거센 파고 속에서 우리농업을 지속시키고 농업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 중에 하나다. 1차 생산과 2차 가공, 3차 유통과 체험 관광으로 농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특히 6차산업화에 여성의 주도적 힘과 섬세함, 정성이 보태지면 6차산업은 보다 더 빛을 발한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주관·주최한 제3회 6차산업화 우수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10개의 사례를 연속해 심층 취재, 그들의 성공 노하우로 여성도 도전할 수 있는 6차산업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 2015년 6차산업화 우수사례... 전남 장성 ‘백련동 편백농원’

산학연 협력으로 140여 종 편백 제품 생산
이웃농산물 수매해 식당 운영…지역상생 추구

전남 장성군 축령산에는 국내 최대 면적인 258ha의 편백숲이 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는 숲 속 식물이 뿜어내는 살균성 물질이다. 항균 작용이 뛰어나고, 알레르기나 피부 질환의 개선, 면역력 증대 등의 효능을 지녔다. 축령산 내 ‘백련동 편백농원’은 다양한 편백 가공품 생산과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농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백련동 편백농원의 청년 농부 김진환 씨를 만나 지속가능한 6차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농촌에 눌러 앉은 청년
장성에서 초·중·고를 나온 김 씨는 이십 여 년 전, 할머니의 투병 생활을 위해 온 가족이 내려와 귀농 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 농원에 터를 일군 김 씨네 가족은 대추나 배추 농사를 지었다. 이전까지 농사와 관련 없던 일을 해왔던 터라 농사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농사가 잘되지 않은 해에는 수확을 거의 못한 적도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땐 장성을 벗어나는 게 꿈이었어요. ‘농사는 정말 힘든 거구나. 빨리 시골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죠.”
농촌을 벗어나고 싶던 꼬마는 25살 다시 농원으로 돌아왔다. ‘가족과 함께 터를 일구고 살라’던 할머니의 권유와 함께 현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함께 3대가 모여 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와 동생 또한 백련동 편백농원의 구성원으로서 일하고 있다.
‘편백잎’의 재발견
“장성은 눈과 비가 잦고, 기온이 낮아 편백나무의 밀도가 높고 단단해요. 아버지가 편백나무로 목공예품을 만들어 진열해 놓으셨는데, 손님들이 나무향이 좋다고 관심을 보이시더라고요. 처음엔 몇몇 분에게 선물로만 드렸었는데 판매를 권유하는 분이 늘게 되자, 편백나무를 활용한 제품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게 됐어요.”

묘목을 판매하거나 대추 농사를 짓던 농원은 편백잎을 활용한 가공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개 사람들은 편백나무만 사용하고 편백잎은 버리는 것으로 여겼어요. 잎에도 다량의 피톤치드가 함유돼 있는데, 천연추출물로 활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백련동 편백농원은 버려지던 편백잎을 가공해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시켰다. 편백오일을 추출해 가공하거나, 편백 염색을 통한 침구류나 의류에 활용했다. 현재는 화장품, 아기용품, 비누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편백 도마나 편백 베개 등 목재 가공품까지 합하면 농원에서 판매하는 편백 제품은 무려 140여 종에 달한다. 광주여대 제약향장과에서는 화장품에 대한 도움을 얻고, 동신대 염색사업단에서는 염색 가공과 디자인 개발을, 전남 장성교육지원청과는 교육 재능기부 업무 협약을 맺으며 다양한 지역 공동체에 도움을 의뢰하고 협력했다. 

농원의 새로운 돌파구
백련동 편백농원에서는 2010년 숲체험을 시작하며 3차 산업에도 숲을 활용했다.
“1차, 2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편백 물비누, 편백 스프레이 등 다양한 편백 제품 만들기를 통한 3차 체험학습을 시작하면서 가공품 판매도 덩달아 늘게 되고 전체적인 방문객 수도 늘게 됐어요.”
“저희 농원에는 재방문하는 분들이 많아요. 한 달에 몇 번씩 꾸준히 찾아오는 분들도 있고요.”
“축령산 편백림은 국내에서 단일 면적으로는 가장 넓은 곳이기도 하고, 인공조림지이지만 자연에 가까운 숲이기 때문에 많이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

숲을 닮은 상생의 삶
백련동 편백농원은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사용해 ‘시골밥상’, ‘백련동 밥상 정식’을 만들어 식당도 하고 있다. 이웃 농가는 농산물 판로를 확보해 좋고, 농원은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게 돼 좋다. 이뿐만 아니라 농원 내 농특산물 판매시설을 만들어  귀농 농가, 다문화 가정 농가, 토박이 농가 등 12개의 이웃 농가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 구성원이 함께 모인 이곳은 어느덧 단골도 생겨 지역 농가의 농산물 판로 확보에 톡톡한 몫을 하고 있다.
상생을 위한 농원의 숨은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희 농원에 오신 분들은 숙박 시설을 많이 물어보세요. 원래 저희 농원에도 숙박 시설이 있었지만 폐쇄하고, 교육장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돈보다 소중한 게 사람의 마음이잖아요. 저희 농원에 오신 분들에게 이웃 농가의 숙박시설을 소개해드리면서 이웃에서도 저희 농원을 신뢰하고 인정해주세요.”
이른바 ‘비움을 통한 채움’이다. 매출액의 1/4를 차지했던 숙박을 포기한 이유는 주변 농가에 숙박 손님을 인계하기 위한 나눔의 일환이었다.
‘나무(木)’와 ‘나무(木)’가 모여 비로소 ‘숲(林)’이 되듯 백련동 편백농원은 나눔과 비움을 실천하며 이웃 농가와 신뢰의 기반을 다졌다.

백련동 편백농원의 꿈
백련동 편백농원은 자연뿐만 아니라 이웃 농가와 지역 공동체와 더불어 점점 더 커지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마을주민 한 분 한 분이 각자 고유 영역의 전문가가 돼 편백숲을 찾아오는 이에게 다양한 이야기와 교육을 제공해주는 ‘숲체험학교’를 운영해보고 싶어요.”
김 씨는 “사람들이 ‘장성군’하면 ‘편백숲’을 떠올려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지역공동체와 함께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변의 나무와 함께 더욱 더 단단하고 촘촘히 자라나는 편백나무처럼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을 추구하는 백련동 편백농원 역시 앞으로 더 많은 도시민의 몸과 마음에 쾌청한 숲이 돼주길 바란다.

■  여성의 6차산업화 성공전략

‘백련동 편백농원’의 사례에서 배운다

▲버려지던 자원의 재발견
백련동 편백농원은 편백잎에서 추출한 편백추출물로 침구류나 넥타이, 스카프 등 다양한 편백 염색 제품을 만들고 있다. 목재만 쓰고 버려지던 편백잎에서 새로운 자원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편백 자원의 활용성을 한 층 더 높이게 됐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라
백련동 편백농원은 ‘자연과 가까운’ 친환경 농원으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편백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한 편백잎 찌꺼기는 대추 농장 퇴비로 활용하며 자연순환농법을 실천한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라
농원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마을 농가의 농산물을 수매해 요리해오고 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시골밥상 상차림으로 성수기 때는 일주일에 1000여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
▲연령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개발
아이들은 편백추출물을 통한 손수건 염색, 필통 만들기 등을 하거나 어른들은 DIY(Do-It-Yourself) 목공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남녀노소 획일적인 체험이 아니라 연령별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이웃과의 상생을 꾀하라
이웃 농가에 농특산물 판매시설 제공, 농산물 수매 통한 식당 재료 활용, 농원 방문객에 이웃 숙박 시설 소개 등 나눔과 공유를 통한 지역공동체와의 협력으로 이웃 주민의 신뢰를 얻었다. 덕분에 개인 농원임에도 마을 기업처럼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농원으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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